[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쭈싼진 세대

2025-10-31

한 정치인이 자녀 결혼식 축의금으로 물의를 빚는 요즘 중국에선 결혼 예물이 화제다. 요즘 잠시 주춤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금값 폭등이 부른 현상이다.

중국인의 황금 사랑은 유별나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중국 민간의 금 보유량은 1만2349t, 정부 비축량의 6배 가깝다는 통계가 나왔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연준의 금 비축량 8133.46t의 1.5배 규모다. 중국식 전통 혼례에서 신랑은 신부 측에 금반지, 금목걸이, 금귀걸이를 예물로 보낸다. 세 가지 금붙이여서 싼진(三金·삼금) 풍속이라 부른다. 싼진은 신부의 결혼식 장식으로 쓰인다. 시댁의 경제력을 드러낼 뿐 아니라 신부를 위하는 신랑의 성의를 하객에게 과시하는 용도다.

올해 들어 중국의 황금 소매가격이 약 55% 올랐다. 그러자 “못 사는 게 아니라 빌리면 더 가성비가 좋다”라며 금 장신구를 빌리는 풍조가 등장했다. 빌릴 쭈(租·조)를 붙여 쭈싼진(租三金) 세대가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셜미디어에는 “결혼 부담을 줄이고 의례는 지키는 방법” “그 돈으로 골드바를 사면 수공비를 아낄 수 있다” 등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왔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임대용 싼진, 우진(五金, 금팔찌와 금펜던트 추가) 세트까지 등장했다. “적은 돈으로 인륜대사를 치르자” “100위안(약 2만원)으로 결혼식 황금으로부터 자유를”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청두(成都)의 신부 천(陳)씨는 총 50g이 넘는 황금 세트를 빌려 혼례를 치렀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한 팔찌·목걸이·귀걸이·반지까지 일주일 빌리는데 1000위안(약 20만원)으로 해결했다고 현지 매체에 자랑했다. 만일 샀다면 6만 위안(약 1200만원)어치라며 “혼례가 끝나면 사용 안 할 물건”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의 한 황금 임대업자는 올 10월 결혼식 시즌 들어 거래가 특히 늘었다며 1990년대생, 2000년대생이 고객의 80%라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황금 임대 계약 건수가 210% 폭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가인 만큼 비싼 보증금과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소식도 들린다.

중국의 ‘쭈싼진 현상’은 적은 비용과 다양한 스타일을 찾는 MZ세대 커플에서 두드러진다. 불황 속에서 젊은 중국인들은 맹목적으로 물질을 소유하는 대신 가치와 가성비를 더 챙긴다. 몐쯔(面子)라는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경제적 합리성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 패턴이 바뀐다. 중국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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