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몸이 좋다”…모두가 ‘42세 국대’ 노경은을 보고 성장한다

2025-12-18

노경은(41·SSG)은 생애 두 번째, 그러나 가장 찬란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10년대 초반 강속구 선발로 리그 최고 투수진에 이름을 올렸던 노경은은 10년이 훌쩍 지나 SSG의 필승계투조를 이끌며 투수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했다.

2025시즌 35홀드를 올려 2년 연속으로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그 최초 3년 연속 30홀드도 달성했다. 올 시즌 77경기 80이닝으로 팀내 구원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3년 연속 70경기, 80이닝을 넘겼다. 평균자책은 2023년 3.58에서 이듬해 2.90, 올해는 2.14로 내렸다. 시즌 중 순위 다툼이 치열할 때 코치진에게 연투를 시켜달라고 먼저 요청했을 정도로 힘도, 자신감도 충분했다.

노경은이 시즌을 마치고 각종 트로피를 수집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KBO 홀드상을 시작으로 선수들이 직접 뽑은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구원투수상,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다. 노경은은 시상식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는가 하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꼽사리라도 껴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며 겸허하게 웃었다.

42세가 되는 내년에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비하는 국가대표팀 1차 캠프 명단에 오른 노경은은 2013년 이후 13년 만에 WBC 마운드에 다시 설 가능성이 커졌다. 투구 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중간 투수들은 많은 경기에 등판할 수밖에 없다. 경험은 물론이고 내구성과 제구력을 모두 입증한 노경은은 류현진(38·한화)과 함께 대표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노경은은 자신의 나이 때문에 기량을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경은이 공을 잘 던질수록 그의 나이가 주목받는 건 ‘나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는 놀라움보다는, 오랜 세월 얼마큼 꾸준하게 자기 관리를 해왔을지에 대한 경이로움에 가깝다. 노경은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은 운동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했듯 그가 묵묵히 쌓아온 시간과 노력이 단단한 전성기를 빚어냈다.

최근 만난 SSG 필승조 선수들은 대선배의 옆에서 운동하는 것 자체가 공부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26)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노경은 선배님의 몸이 더 좋다. 경기가 끝나고도 나는 너무 힘든데 선배님은 끝까지 운동하고 가신다.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알아서 따라 하려고 했는데 몸이 안 따라주더라. 내년은 조금 더 따라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제구력도 우리 팀 투수 중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로운(21)은 “선배님은 야구 도사다. 우리는 마운드 올라가서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아서 1이닝을 겨우 막고 내려오는데 선배님은 공 몇 개 쉽게 툭 던지고 내려오신다. 멋있고 부럽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착하신데 강단도 있으시고 모든 게 완벽하다”고 했다. 조병현(23)은 “후배들이 잘 못 던졌을 때도 괜찮다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신 말씀들이 큰 힘이 됐다. 팀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그 덕에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팀 어린 투수들도 노경은과 함께 뛸 기회를 잡는다. 앞서 노경은은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치고 “구위 면에서 자신 있다. 몸도 잘 만들고 있다”며 “내게 마지막 국가대표일 수도 있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후배들을 잘 다독이면서 잘 던질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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