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로운 식탁
트레이시 해리스·테리 깁스 지음 | 번역
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 | 416쪽 | 2만2000원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 파테, 초밥, 치즈, 오믈렛, 햄버거, 빌(veal)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많은 제품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형형색색 포장 용기에 담겨 있는 이 제품들을 구매한다. 이는 ‘맛있는 음식’으로 식탁에 오른다. 그것으로 끝일까. 이 ‘음식’은 원래의 모습이 거세된, 세상에 있었던 어떤 존재에서 기원한다.
캐나다의 두 학자가 쓴 이 책은 인류의 먹는 행위를 둘러싼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들춰내고 지적한다. ‘정의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식품생산 시스템에서 동물은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병든 병아리는 부화장에서 아예 산 채로 분쇄기에 갈려 ‘요리’되고, 임신한 돼지는 소형 냉장고 크기의 우리에 갇혀 새끼 돼지들에게 젖을 주는 것 말고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생산성,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과밀집된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의 신체는 변형·훼손된다.
이 시스템하에서 고통받는 것은 동물뿐만이 아니다. 식품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글로벌 식품 대기업에 식품공급망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은 민주적 시스템에 역행한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저소득층의 유색인종·이민자들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시장전략에 맞서 집단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역량이 억제되는 환경 아래 놓여 있다. 특히 도축장과 같은 육류산업 시스템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인간 대 인간 사이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행위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큰 문제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명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지구 차원에서 민주적이고 온정적인 식품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저자들은 이를 위한 대안과 해법으로 ‘급진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