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오프라인 매장에 키오스크가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가 오른 2018년이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서비스 문화 확산과 더불어 테이블오더·QR오더 등 다양한 디지털 주문 기기 등이 매장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 디지털화와 이를 통한 식당, 매장의 (부분)무인화는 장기 트렌드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유는 2000년대 이후 출생인구 수 감소에 의해 식당에서 일할 수 있는 일명 '알바생' 부족과 어려워져만 가는 소상공인 경제적 문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64만명으로 전체 인구 5% 수준이다. 육체적으로 불편함을 가진 이들이 무인화 되어가는 매장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받기는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23년 1월 28일에 시행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 활용성을 높인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Barrier-Free Kiosk)' 도입이 의무화됐다.
인프라 확산에 걸리는 시간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 올해 1월 28일부터 공공, 교육, 의료, 금융기관 및 교통시설을 운영하는 자에 우선 적용하고, 7월 28일부터 10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자에, 그리고 2025년부터 상시 100명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자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 1월까지 전부 교체하도록 했다. 예외로 바닥면적이 50㎡ 미만인 경우, 소비자 스마트폰에서 매장 키오스크와 동일한 주문화면을 보여줄 수 있으면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이지만 첫 해 성과는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100인 이상 사업자인 프랜차이즈 본사가 운영하는 매장의 경우, 그저 두어개 브랜드가 시범적으로 테스트하고 있을 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거의 도입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상황도 나을 것이 없다. 필자가 23군데 관공서, 교통시설, 의료기관, 체육시설 및 문화예술 시설을 방문해 보니, 시청, 구청, 병원 등 8군데에서만 적용돼 있고, 등기소, 박물관, 교통시설 등에서는 적용이 안돼 있었다.
시행 첫해인 2024년이 다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고려한 키오스크 설치가 이렇게 미미한데, 어떻게 2026년 1월까지 기존 키오스크를 전부 변경할 수 있겠는가? 시행령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느낀 장애인이 해당 사업자를 신고할 경우 최대 3000만원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취지로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유보하는 것은 답이 아닐 것이다. 단계적으로 장애인 불편이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법을 제정하고 실행감독해야 하는 정부, 공공기관에서조차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고, 방문 고객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가 명확히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다만, 코로나19 시기만큼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영세 상공인에 대한 의무 규정은 완화하거나, QR을 통해 소비자 전화기에서 주문 결제를 진행하는 등으로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또 소상공인들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정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키오스크 제조사는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 공공기관에 설치된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는 실질적으로 확산이 어렵다.
한국은 키오스크 등 무인주문기기 활용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나라다. 섬세한 정책 수립과 행정 지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장애인 불편함까지 배려한 매장 디지털화 및 무인화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윤 비버웍스 대표 people@beaverworksi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