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배달 플랫폼 벌주기에 몰두돼 정작 소상공인을 위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가려지고 있습니다. 폐업의 기로에 놓인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소상공인계에서는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 시대와 함께 부담을 가중시킨 요소로 지목된 것은 단연 배달비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보이지 않아서다. 정부는 내년 영세 소상공인 한 곳당 최대 30만 원의 배달·택배비를 지원하는 예산 2037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그러나 야당은 본격 시작된 예산 국회에서 이를 삭감하겠다는 태세다. 배달비 지원은 곧 대형 배달 플랫폼 배 불리기에 불과하니 예산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배달앱 지원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반 의석 야당의 주장대로 예산안이 수정될 경우 소상공인이 받을 배달비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판매에 택배를 이용해 물류비 부담이 큰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받을 혜택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배달비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모든 운송비를 낮춰준다는 게 해당 예산의 핵심인데 대형 배달 플랫폼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 면만 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순간부터 소상공인 배달비 문제에서는 ‘배달앱 때리기’가 최우선이 됐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의 상생 협의체도 그렇다. 중개 수수료를 일괄 5%로 해야 한다는 입점업체 측 주장에 회의를 10차례나 했음에도 논의가 공전 중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입점 단체 간에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매출별로 수수료에 차등을 둔 빠른 협상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본사 등을 입점 업체 측으로 묶어버리고 배달 플랫폼에만 책임을 전가한 채 손놓고 있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다.
정부와 정치권이 배달 플랫폼과 힘 겨루기를 하는 동안 시간은 영세 소상공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올 3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이익과 매출은 전 분기보다 각 13.7%, 4.2% 감소했다. 이 순간에도 허리띠를 졸라 매다 결국은 폐업을 택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이제는 소상공인을 살릴 지원책을 눈앞에 내놓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