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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1024만여명)가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돌파해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일본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0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급변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이례적으로 가파르다.
급격한 초고령 사회 진입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 수요 폭증, 연금 고갈, 생산성 약화는 물론 정년 연장으로 인한 세대 갈등 등 다방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초고령사회 첫 진입, 대책 절실
기술교육과 일자리 연계해 줘야
영국·호주·일본은 ‘영올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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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선제적인 준비 없이 초고령 사회로 변모하면서 의료·연금과 고용복지(workfare)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중에 고용복지는 초고령 사회에서 생산성을 창출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고령층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역할 수행이 동시에 가능한 고용복지 시스템은 노년층의 행복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직업교육은 고령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과거보다 연령 대비 건강 상태가 양호한 요즘 고령층에 일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 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지원책이다. 영국·호주·일본 등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이미 다층 연금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재취업 시장을 활성화해 노년층이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 선진국에서는 노년층을 ‘영 올드(Young Old)’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경제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실버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발굴과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고령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국가 차원의 재취업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초·중등 의무교육과 같은 수준으로 고령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평생 교육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평생 교육을 통해 고령층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면 경제 활동에 참여할 공간을 넓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공형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고, 기존 경험과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결합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노년층의 자존감과 만족도를 높이며 경제적 기여를 극대화할 방안이다.
국내에는 1968년 국립중앙직업훈련원으로 출발한 국가대표 직업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이 있다. 전국 40개 캠퍼스에서 지난 57년간 300여만명의 산업 인력을 배출했다. 세대별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직업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든든한 사회안전망 역할도 수행한다. 시대 흐름에 맞춰 연령대별로 적성과 역량에 맞는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한화 등 기업 연구소에서 개발 직무에 종사하며 약 30년간 근무한 A(58)씨는 56세에 퇴직한 뒤 폴리텍대에서 전기기능사 및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식산업센터 시설관리 분야에 재취업했다. 이미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중장년들이 폴리텍대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골라 기술을 배운 뒤 재취업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초고령 사회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의 시대다. 일하고 싶고 일해야 하는 ‘신경제 인류’인 실버 워커(Silver Worker)들의 은빛 출근길이 찬란할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지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공공 직업교육기관은 계층별 특성에 맞는 기술교육과 일자리 연계를 강화해 실버 워커들의 사회적 참여를 성원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합한 환경과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계기로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려면 일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모색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