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전략위 “국가경쟁력 강화”
노인 연령 상향 공론화도 제안
기획재정부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인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노인연령 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직종·산업이 혼재돼 있어 복잡한 현재의 취업비자 발급체계를 정비하는 등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진국형 이민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정부는 상반기 중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등 위원회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기재부에 따르면 중장기전략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현 성균관대 이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간자문위원회로, 국가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다. 중장기전략위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건 2017년 3월 이후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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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우선 이전 세대와 비교해 건강하고 근로의사가 강한 베이비붐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동시에 노인연령의 상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일반국민 133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전문가(75.5%)와 일반국민(53.6%) 모두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부양부담 증가 및 노후 불안’을 가장 큰 ‘개인의 불안요인’으로 꼽은 만큼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노년층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고령층의 평균 근로희망 연령은 73.3세,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1.6세로 법적 노인연령(65세)과 격차가 큰 상황이다.
위원회는 노·사·정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년연장·폐지, 정년 후 재고용 등 계속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취약계층에 대한 가입을 지원하고, 노령연금을 조기 수급하는 독일처럼 ‘부분연금제’를 도입하는 등 노후소득보장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렇게 소득 수준을 높여가는 가운데 노인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경로우대제와 같은 사회서비스뿐 아니라 사회보험 관련 대상의 연령 상향도 공론화하자고 했다.
◆“부분연금 도입해 은퇴 후 소득 공백 해소… 저출산 현금지원 통폐합 ‘가족수당’ 신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첨단분야 우수인재 및 유망인재를 대상으로 특별비자를 신설해 국내 입국, 체류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득세 50% 감면 등 정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선진국형 이민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특히 취업비자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비자 체계는 직종·산업이 혼재해 복잡하고 비자 발급 실무기준이 달라 불확실성이 있는데, 이를 수요자 중심으로 정비하고 비자 발급 승인·거부 세부 기준을 공표하자는 것이다. 영주 비자제도 개편 등을 통해 우수 외국인재가 국내에 살도록 돕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비전문 외국인력을 숙련화하는 방안도 장기 과제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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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제언도 나왔다. 현재 재정에서는 아동수당·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 세제 부문에선 자녀장려세제·자녀세액공제·출산 및 입양세액공제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 흩어져 있는데 이를 가족수당으로 통·폐합해 양육자의 지출선택권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후 프랑스처럼 소득수준·자녀수에 따라 가족수당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정 요건의 동거에 대해 출산·육아 등에서 충분한 국가의 보호가 가능하도록 ‘동거관계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원·재정 등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 대학을 ‘혁신기지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원활한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증원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 등을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을 개선, 학령인구 변화·국내총생산(GDP) 증가 등을 고려해 총액을 결정하자고 권고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상반기 중 발표하고, 사회적 대화를 토대로 계속고용 로드맵도 조속히 마련하겠다”면서 “우수 인재 대상으로 특별비자를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진국형 이민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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