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품으면서, 양사 통합 이후 항공운임 인상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하던 항공사가 하나 줄어들면서 대한항공의 점유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제기되는 우려다.
하지만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통합 이후 운임이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글로벌 항공시장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일방적인 운임 인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항공권의 운임체계는 일반 소비재의 가격 체계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운임 인상 우려는 현실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재고처리가 불가능해 수요와 공급이 운임 좌우… 공급 유지되면 사실상 운임 유지
항공권은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판매하지 못한 좌석의 재고 처리가 불가능하다. 항공기가 출발하면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 안에 좌석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업자 여부보다는 공급과 수요가 항공운임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즉,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판매 운임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는 중복 노선의 운항 시간대를 분산시키고 환승 연결편을 늘리는 등 기존 공급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기조다. 따라서 운임이 부지기수로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공급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설득력을 잃는다.
게다가 외국 항공사들이 국내 시장에서의 파이를 늘려나가면서, 시장에서의 경쟁도 녹록치 않다. 특히 중동항공사의 경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바탕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해외 직항 수요를 빼앗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 운임의 일방적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시운임이 오를거란 주장도 근거가 없다. 항공운임의 상한선은 공시운임은 각국의 항공협정에 따라 정부인가를 받거나 신고수리가 필수다. 국토교통부는 인가제·신고제 국가 공시운임에 대해 엄격히 심사를 하고 있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의 승인 없이 항공사가 자의적으로 공시운임을 올릴 수 없다.
공시운임을 올리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인가제 국가의 경우 2006년 이후 공시운임이 인상된 바 없으며, 신고제 국가의 경우 2010년 이후 공시운임 인상이 수리된 바 없을 정도다.
대한항공·정부 모두 “인위적 운임인상 없다” 한 목소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인위적 가격 인상은 없다고 꾸준히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11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 직후 국내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고객들의 편의(하락)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같은 해 11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22차 회의가 끝난 후 “인천공항 국제선 슬롯 점유율 기준으로 양사 점유율은 40% 수준에 불과하고 지방공항으로 가면 그보다 오히려 더 적다”며 “외항사와 저비용항공사 등 나머지 60%와도 경쟁을 해야 해 우려하는 항공권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질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항공산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외항사·LCC와 경쟁을 벌이는 만큼 급격한 항공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항공의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에서는 합병 완료 시점부터 10년간, 2019년 평균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다른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신규 진입해 경쟁 제한성이 해소되면 10년 이내라도 규제는 풀린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인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양사 통합 시 요금을 비롯한 서비스 품질이 독과점으로 인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항공운임은 중요한 요소가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사실상 운임 인상 가능성도 없는 논리에 발목이 잡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에 걸림돌이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