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있는 다리 공사 현장. 건설 중인 구간 중간 마다 약 5m 높이의 간이 비계가 세워져 있다. 이 비계는 4면이 모두 촘촘하게 파란색 비계망(안전망)으로 둘러싸였다. 안전망은 현장 작업자의 추락사로 막고 낙하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안전시설이다. 철근이 노출될 수 있는 구간도 마찬가지다. 차로 2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고층 리조트 건물 건설 현장들도 전면이 안전망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나하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나하시 건설현장에서도 일하다가 사람이 다치지만, 목숨을 잃은 사고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하시의 건설현장은 우리나라의 건설현장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고층에 있는 비계에도 안전망이 없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건설 현장은 지상에 놓여 있는 자재들까지 안전망이 씌워졌다. 비바람에 자재를 보호하는 동시에 작업자가 일하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하시의 건설현장과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또 다른 차이는 작업복이다. 당시 나하시도 40도 가까운 폭염이 우리나라처럼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나하시 건설현장 작업자 대부분 에어쿨링 작업복을 입었다. 시장 내 도로 보수 공사를 하던 작업자의 옷도 부풀어 있었다. 일명 선풍기가 달린 작업복이라고 불리는 이 작업복은 일본이 처음 만들었다. 허리에 소형 팬을 달아 외부 공기를 내부로 넣는다. 이 작업복을 입으면 몸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커 일반 작업복 보다 덜 지친다. 이 작업복을 입으면 건설현장 필수인 안전모를 덥다고 벗을 유인도 그만큼 낮다. 땀으로 몸과 옷이 달라붙은 채 일하는 작업자를 쉽게 볼 수 우리나라 건설현장과 대비됐다. 현장 작업자의 더위는 열사병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고 위험을 만든다. 더위에 지친 작업자가 안전모를 벗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 길 건너편 빌딩 건설현장에는 벽마다 안전을 주의하고 경고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요식적인 안내가 아니라 작업자가 행동해야 할 구체적인 작업지시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12가지 상황에 따라 신호수의 작업 요령이 설명됐다. 또 자재를 크레인으로 들기 위해 와이어나 로프를 거는 작업에 대한 3단계 경고문이 붙었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일의 효율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은 안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은 가장 위험한 업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는 827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사망자가 328명(39.7%)로 가장 많다. 사고 유형을 보면 떨어짐이 278명(33.6%)이 1위다. 추락 사고는 건설업에서 주로 일어난다. 8일 DL건설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추락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