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 하우리항. 작업선(CTV·Crew Transfer Vessel)을 타고 한 시간여를 달리자 공사 면적만 축구장 3900여 개(약 2773만 ㎡)에 달하는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인 ‘영광 낙월해상풍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고가 1m를 넘어가면서 40~50척에 달하는 선박은 모두 철수했지만 곳곳에는 샛노란 색의 지지대(MP·모노파일)가 솟아올라 있었다. 여기에 MP와 타워를 연결하는 접합구조물(TP)을 얹고 타워·터빈만 조립하면 1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완성된다.
실제로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에는 이 과정을 거친 3기의 발전기가 이미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발전기 1기의 설비용량은 5.7㎿로 사업단은 이곳에 64기의 발전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해수면에서부터 블레이드(날개)까지의 길이가 아파트 66층(약 198m)에 달하는 ‘초대형 바람개비’ 단지가 우리 바다에 조성되는 셈이다. 수면 아래 80~90m짜리 지지대가 단단하게 고정돼 있음을 고려하면 그 높이는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맞먹는다. 완공 시 총설비용량은 364.8㎿로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용량(260.83㎿)을 한 번에 뛰어 넘는 규모다.
낙월해상풍력발전사업 개발사인 명운산업개발은 연말께 약 50㎿ 규모로 부분 상업운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착공 이래 현재까지 공정률은 67%로 앞으로 5기의 발전기가 추가로 완성되면 총 8기를 한데 묶어 부분 상업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보내기 위한 154㎸짜리 외부망 해저케이블 포설, 개폐소·변전소 설치 등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2조 3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형 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첫 수익을 목전에 둔 셈이다. 개발사 관계자는 “8기 시범 운영 시 연간 약 5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는 산업 기반 및 제도가 미진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대표적인 예는 배후 항만으로 이날 파고가 높아 작업이 불가능해진 인부들은 모두 목포신항으로 배를 돌렸다. 공사는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서 이뤄지는데 정작 가까운 항구에는 배를 대지 못하고 편도로만 12시간이 걸리는 목포신항으로 향한 것이다. 수천 톤에 달하는 부품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한 지반을 가진 해상풍력발전단지 전용 항만이 필요한데 이 같은 기반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워·TP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싣게 되면 속도를 낮춰야 해 15시간도 예삿일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가려면 12시간 뒤 날씨를 예측해 출발해야 하는 셈인데 해상은 기상 상황이 빠르게 바뀌다 보니 도착하자마자 철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중앙정부와 영광군·해남군·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배후 항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진척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각종 특수선 상황도 열악하다. 중국·유럽 등이 가진 작업선은 성능이 좋아 1.5m짜리 파고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1m의 파고에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달 작업 일수는 도합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이론상으로는 2~3주면 발전기 1기를 완성할 수 있지만 날씨에 취약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날은 1년 중 150여 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ITV)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14GW의 해상풍력을 보급하고 100조 원대 시장을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설치선은 현대스틸산업이 건조한 현대프론티어호와 명운산업개발이 중국에서 들여온 한산1호 단 2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지·보수지원선(SOV)은 한 척도 없다. 공사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에 연속성이 담보돼야 국내 선박회사들이 발주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수익성이 나지 않다 보니 다들 특수선 건조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개발사 측은 내년 6월까지 공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64기가 모두 운전을 개시할 경우 연간 약 25만 가구가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 규모는 연간 약 43만 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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