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단체 “광화문 한자 현판 떼고 한글로 바꿔야”

2024-12-29

한글 단체들이 ‘한글현판달기 세계시민 선언대회’를 열고 경복궁의 광화문 한자 현판을 한글 현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글현판달기추진위원회 등 한글문화 단체와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 등은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광장에서 ‘한글 현판 달기 세계시민 선언 행사 및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상징인 경복궁 정문에 중국 한자 현판이 걸려 국민과 나라를 부끄럽게 한다. 한글은 세계 으뜸 글자로 대한민국 국가유산을 넘어 인류 문화유산인 만큼 광화문은 한자 현판보다 한글 현판이 더 어울린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확한 창제 시점이 불분명한 훈민정음의 기본 28자 상징성을 살려 12월 28일을 창제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날은 ‘한글 창제 581돌’이며, 이를 계기로 이런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지금은 관광용으로 흔적도 없는 광화문을 다시 지으면서 단 부끄러운 한자 현판을 떼고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로 달고, 우리 자긍심과 자부심을 세우고 국운 상승 깃발로 삼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화재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역사 복원, 한자복원 차원을 넘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새 문화 창조 정신 차원에서 한글을 빛내어 인류문화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차원에서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 세계시민 선언’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는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이 세계인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한글을 배우려고 한국으로 몰려오는 때에 한글이 태어난 곳이고 대한민국 얼굴인 광화문에 한글 문패를 달고 한글을 더욱 빛내자는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의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김덕룡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 이사장은 “(오늘 행사는) 한글 단체는 말할 것이 없고 재외동포와 민족지도자들까지 힘을 모았다는 데 한글 발전사에 일대 획을 긋는 큰 사건”이라고 역설했다. 공동 대회장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은 “새해는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이 국가기념일이 된 첫해이고 한글광복 80돌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한글이 태어난 곳인 경복궁 정문에 훈민정음 글꼴로 한글현판을 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형률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이사장은 “세계인들이 한국문화와 한글을 배우려고 몰려오는 마당에 대한민국 얼굴인 광화문에 한자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우리 겨레의 망신이다. 재외 교포들은 꼭 자랑스러운 한글 현판으로 바꾸어 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글 단체들은 지난 2005년 문화재청이 40여년 걸었던 한글 현판을 떼고 한자 현판으로 바꾼 이후 19년 동안 한글이 태어난 곳인 경복궁 정문에 한글 현판을 다시 달아야 한다며 ‘한글 현판 달기 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하자’는 한글 단체의 그간 주장에 대해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현판이 오랜 논의와 고증의 결과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청장은 “현판은 경복궁을 중건했을 당시인 1865~1868년 현판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게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그동안의 과정과 제작 비용 등을 봤을 때, 다사다난한 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한글현판 달기 추진위원회 등 한글 문화단체와 시민들이 이날 ‘한글 현판 달기 세계시민 선언’ 취지와 주요 내용을 국회와 국가유산청에 보내고 새해 광복절에는 현판을 한글로 바꾸기 위한 대규모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국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이날 행사에는 김덕룡 유엔한반도평화번영재단이사장, 정대철 헌정회장,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김삼열 독립유공유족회 회장, 김정배 민주평통유럽중동아프리카 부의장,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서종환 종로평생교육원장, 라도균 종로구의회의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안모세 대한민국3.1회 회장, 김태균 탄자니아한인회장, 이창덕 외솔회 회장, 이주화 세종왕자영해군파종회 회장,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성원식 성상문 후손 창녕성씨화수회 회장,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 소복자 민주평통칭따오협의회 회장, 배보균 중국불산시한인상공회장, 이원자 유엔피스코 호지민협의회장, 원광호 바른말연구원 원장, 이창덕 외솔회 회장 등 주요 인사와 한글 단체 회원들이 대거 참석해 한글 현판을 달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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