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비율 평균 두 자릿수 그쳐
상당수 조합 규정 못 지킬 수도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에 소속된 상호금융 지역 조합들 중 절반 이상의 유동성 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연말로 예고된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상당수 조합들이 규정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금리 충격으로 부실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호금융권의 현실까지 감안하면 유동성 확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소속 2204개 조합들의 유동성 비율은 평균 82.2%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석 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단기 채무 지급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 비율이 낮을수록 자금 관리의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 지역 조합들 중 57.6%에 해당하는 1270곳의 유동성 비율이 100%를 밑돌았다. 유동성 비율 100% 미만 조합 수는 ▲농협 989개 ▲신협 167개 ▲수협 59개 ▲산림조합 55개 순이었다.
농협 조합들의 평균 유동성 비율이 70.2%로 제일 낮았다. 수협 조합들 역시 86.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산림조합(100.8%)과 신협(126.9%) 조합들의 평균 유동성 비율은 100%를 웃돌았다.
상호금융권의 유동성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조만간 가동될 규제 때문이다. 상호금융권은 금융감독원의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에 따라 올해 말부터 유동성 비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해당 규정은 상호금융권의 유동성 비율 하한을 100%로 못 박은 게 핵심이다. 다만 자산총액 3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조합은 90% 이상, 300억원 미만 조합은 80% 이상으로 완화해 적용된다.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조합도 내년 말까지는 90%를 적용하고 이후 100%를 순차 적용토록 했다.
하지만 이런 유예 조항을 감안해도 수많은 조합들이 아직 규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산이 1000억원을 넘는 상호금융 조합들만 봐도 1679곳 중 69.3%에 달하는 1263곳의 유동성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 당장 두 달여 뒤부터 적용받는 90%조차 채우지 못한 곳도 59.4%(998개)나 됐다.
더욱 문제는 상호금융 조합 3곳 중 1곳이 적자의 늪에 빠졌을 정도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부족한 유동성을 메꾸는 데 한계가 있는 조합들이 그만큼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의 전국 조합들 중 33.7%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실적의 배경에는 쌓여만 가는 부실 대출과 이를 메꾸기 위한 충당금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진 고금리 속 이자 부담이 쌓이면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많이 찾는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권의 특성 상 대출 관리에 더욱 애를 먹는 분위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도 악재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상호금융권은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 PF 대출을 확대하며 외형 키우기에 나섰는데, 고금리로 사업성이 악화한 사업자들의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에서 유동성 비율 100%는 결코 높지 않은 허들"이라며 "규제 유예 시기와 정도에 턱걸이하는 수준을 넘어 여유 있게 유동성 지표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