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범죄를 저질러 유죄를 선고받으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일부 지방 정부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률·노동위원회는 지난 23일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생활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기존 지방정부 규범성 문건을 심사한 결과 해당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고 신경보가 25일 전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중국 헌법 45조 1항은 공민에게 노령, 질병 또는 노동능력 상실 시 국가와 사회로부터 물질적 지원을 받을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특히 최저생활보장제도를 통해 기본생활을 영유하는 것은 공민의 사회적 권리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전인대 상무위는 생계급여를 수급할 자격은 법이 정한 저소득의 기준을 충족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형사처벌 여부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을 받은 실업자 역시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한 최저생활 보장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자라는 낙인이 가뜩이나 고용·대인·가족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규범성 문건을 통해 생활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되면 전과자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도 짚었다.
한국의 국회와 사법부 일부 기능을 갖고 있는 전인대는 법률을 제정하고 헌법과 법률을 해석할 권한을 갖고 있다. 통상 2개월에 한 번씩 전인대 상무위를 열고 법률 제정, 법안 심사 등을 진행한다.
규범성 문건은 한국의 행정법과 가깝지만 정식 법률이나 조례는 아니다. 중국의 독특한 법 체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경보는 “작성기관(지방정부)들이 문제가 된 규범성 문건을 ‘이미 폐지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전인대 상무위 법률·노동위 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전인대 상무위의 결정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등 특수집단을 사회가 수용하고 모든 공민의 헌법상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중국에서는 올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 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 안정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당국은 감시 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사회보장 수준을 높이고 실업자 등 소외된 이들의 사회 통합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