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도 美 첫 민감국가 지정 이유 몰랐다...비슷한 기준

2025-03-28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우리나라가 1981년 처음 생산된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랐다가 13년만에 해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처음 이 사실을 몰랐다가 1993년 12월부터 미국을 설득할 계획을 세웠으며, 1994년 7월에서야 민감국가에서 제외됐다.

외교부가 28일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1981년 1월 5일 민감국가 지정 제도를 시작했고, 첫 리스트에 한국이 포함됐다. 문서에 명시된 에너지부 내부 규정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내부 시설과 자료를 ‘민감 기술’ ‘민감 시설’ ‘보안 시설’로 구분해서 민감국가 지정국 관계자들의 접근에 제한을 뒀다.

민감 기술은 핵무기 생산기술, 원자력 관련 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기술, 첨단기술이다. 민감 시설은 에너지부 본부의 ‘Germantown facility’와 9개 산하지역 연구시설이다. 보안 시설은 ‘특별 핵물질 시설 또는 비밀물질 관련 시설’로 규정돼 있다. 당시 이 기술과 시설에 접근하려면 6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미국 정보기관이 방문 예정자의 개인 신상검사를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삭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로 하고, 대응 논리를 준비했다. 정부 당국자는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 양국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 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인식 아래 미국을 설득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은 당시에도 우리측에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정부는 민감국가에서 해제되면서도 어떤 이유로 지정됐는지 끝내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한국이 처음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를 때 한국의 핵무장론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내부 검토자료에도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70년대 한국의 핵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기록돼있다.

1981년 당시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엔 북한,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50개국으로 확인됐다. 민감국가 지정 이유도 국가안보 상황,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및 테러 지원 등이 명시돼 있어 지금과 거의 똑같다.

90년대 우리가 미국의 민감국가 해제에 8개월여가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빠른시일 내 해제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의 새로운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는 4월 15일 발표될 예정으로, 현재 산업자원부가 대응 중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은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들어가 있으며,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별 일 아니다(It's not a big deal)”라며 사안을 축소시키고 나선 일이 있다.

하지만 ‘기타 지정’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민감국가 리스트에 속한 것인데, 한국측이 잘못한 보안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제시킬 방안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1981년 첫 리스트와 최근 명단이 거의 유사하고, 기준도 그대로인 점에서 한국 내부의 핵개발론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 안되는 한 한국의 민감국가 해제가 요원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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