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컸던 추돌사고는 2015년 2월11일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다. 안개가 짙게 낀 날, 도로에 형성된 살얼음인 ‘블랙아이스’까지 결합된 사고였다. 당시 영상을 보면 공항 리무진 버스, 승용차, 트럭 등 차량들이 찌그러지고 뒤엉키며 아비규환이 됐다. 사고 당시에만 사망이 2명, 부상이 130명에 달했다. 블랙아이스로 일어난 대표적 사고는 2011년 12월24일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104중 추돌사고다. 제설 작업 뒤 도로에 남아 있던 물기가 얼어붙으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11월27일 원주 만종교차로(53중), 2023년 1월15일 세종포천고속도로(47중), 2020년 2월17일 순천완주고속도로(31중)에서 일어난 대형 추돌사고 원인으로도 블랙아이스가 지목된다.
겨울철마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14일에도 그랬다. 오전 시간대 경기도에서 사고 차량만 130대가 넘었고 모두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전 5시15분쯤 경기 고양시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44대 차량이 추돌했고, 오전 5시50분쯤엔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 방향 고양분기점 인근에서 차량 43대가 연이어 부딪쳤다. 화성 동탄에서도 오전 8시5분쯤 차량이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며 10대가 연쇄추돌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나 비탈길에서도 살얼음이 껴 엉덩방아를 찧거나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았다.
‘검은 얼음’이란 말처럼, 블랙아이스는 평소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와 식별이 어려워 ‘도로 위의 암살자’라 불린다. 제동거리가 눈 쌓인 길보다 최대 6배나 늘어나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 결과를 유발하니 괜한 별명이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 관측 결과 고속도로 요금소나 나들목 부근, 교량과 터널 출입구, 계곡을 지나는 도로, 응달 지역, 저수지 인근 등에서 자주 발생했다. 블랙아이스를 만나 차량이 중심을 잃었을 때 ‘돌아가는 자동차의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돌자반)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았다 뗐다 하는 ‘펌핑 브레이크’가 응급대응책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의 예방책은 시속 30~40㎞ 이하로 떨어뜨리는 감속이다. 언 길에선 느리게 가는 게 빨리 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