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강해져 예상보다 3분 단축… ‘임무 종료’ 뜨자 환호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2025-11-27

민간 우주시대 본격화

새벽시간에도 시민들 “가자” 응원

18분25초 만에 목표궤도에 도달

항우연 “3개 엔진 모두 출력 높아”

오로라 관측 차세대중형위성 3호

맞춤형 궤도 안착 위해 야간 발사

연속 성공에 ‘위성 수송’ 능력 입증

상용 발사 시장 경쟁력 확보 숙제

“저기, 해 뜬다!”

27일 오전 1시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이륙한 누리호가 내뿜은 불꽃이 사방을 환하게 밝혔다. 발사대와 직선거리로 3㎞ 떨어진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주변이 단숨에 밝아지더니 이어 굉음이 밀려왔다. 누리호가 산 너머 모습을 드러내자 우주과학관에 모인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하늘로 솟구친 누리호는 1단 분리, 2단 점화를 마치자 밤하늘의 별만큼 작아졌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같은 시각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모인 시민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들은 “가자”를 외치며 누리호의 발사 성공을 기원했다.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숨죽여 발사를 지켜보던 연구원들은 누리호가 1, 2단·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을 분리할 때마다 간간이 탄성을 지르더니 “임무 종료” 안내 방송이 나오자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최초로 중형 위성 탑재, 수송력 입증

누리호는 이륙 2분2초 후 1단을 분리하고 치솟았다. 3분50초에 페어링을 분리했고, 4분23초에 2단 분리, 3단 점화를 진행했다. 3단의 추진력으로 누리호는 이륙 후 13분10초가 지나 고도 601.3㎞에 도달했고,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 1기를 분리했다. 이후 20초 간격으로 초소형위성(큐브위성)을 2기씩 모두 12기 내보냈다. 누리호는 목표 궤도인 600㎞(±35㎞)까지 올라 13기 위성이 제 궤도에 안착하도록 하면서 맡은 임무를 다했다. 예상 소요 시간 21분24초보다 빠른 18분25초 만에 임무를 끝냈다. 1, 2, 3단 엔진이 모두 기준값보다 출력이 높게 나와 짧은 시간 연소하고도 정해진 목표 궤도에 도달했다는 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 설명이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오전 1시55분 남극세종기지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해 위성 장치의 정상 작동이 확인됐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발사 후 1시간30분 지난 오전 2시40분 4차 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오로라와 대기광(대기가 빛나는 현상) 등 관측 임무를 맡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목표 궤도에 올리기 위해 야간 시간대로 발사 시간을 정했다. 3차 때 실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180㎏)보다 무거운 500㎏ 이상의 중형 위성을 탑재했고 위성 수도 13기로 역대 발사 중 가장 많았다. 처음으로 위성을 실어 보낸 3차에 이어 4차 발사도 성공하면서 국산 발사체의 위성 ‘배송’ 능력을 재입증했다.

◆상용 발사 시장 경쟁력은 아직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이 본격화하고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확대에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상용 발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진 갈 길이 멀다.

발사체 상용화를 위해선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성 확보 외에도 가격 경쟁력, 배송 기술력 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스페이스X는 사흘에 한 번꼴로 로켓을 쏘고, 중국은 올해 70회 이상 로켓을 발사했다.

한국은 2023년 3차 누리호 발사 이후 2년 반이 지나서야 4차 발사를 했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 수송비용이 ㎏당 3200만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267만∼401만원)의 10배 안팎 규모다. 운송 능력도 발사국 주요 발사체 중 가장 떨어진다. 정부는 우주 5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7개국 중 한국의 발사 능력은 하위권으로 평가된다.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 성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순 있지만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걸맞은 발사체를 개발하는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사체 제원은 4차와 3차가 별로 다르지 않다. 5·6차 발사와 그 이후 발사에서의 발사체 고도화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누리호 3차와 4차 발사 사이 공백 기간에 일감이 없어 타격을 입은 업체가 잇따른 것처럼 발상 공백기가 길수록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가 우주산업 육성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누리호 4차 발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우주 개발 초기 단계에 비용이 많이 늘어나면 우리 같은 기업들이 계속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종합·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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