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세계 자율주행 1위 업체인 웨이모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동 개발에 나선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로 내정된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쌓은 데이터로 AI 알고리즘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로보택시 사업을 발판으로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자율주행에서 앞선 경쟁사들을 빠르게 추격할 계획이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웨이모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의 자율주행 기술 협업은 현대차가 웨이모에 로보택시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아이오닉5에 적용해 로보택시 ‘웨이모 원(Waymo One)’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웨이모는 올 해 말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한 아이오닉5를 실제 도로에서 주행 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두 회사는 단순히 로보택시용 차량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협업에서 나아가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웨이모와의 협업은 현대차에게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 본사가 있는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업체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 할 환경이 열악하다. 국내에서 사실상 무인 체제로 자율주행을 시행하려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도로에서 짧게는 1.8㎞, 길게는 113㎞ 사이의 정해진 구간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로스앤젤레스(LA), 오스틴 등 9개 도시에서 실제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며 약 6억 4000만㎞(4억 마일) 누적 주행거리 데이터를 쌓고 있다. 테슬라는 풀셀프드라이빙(FSD) 서비스를 통해 50억 ㎞(30억 마일) 이상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중국의 바이두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실상 규제가 없는 도로에서 24시간 달리며 1억 ㎞ 이상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모셔널이 쌓은 마일리지는 이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실제 도로에서 쌓은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현대차는 국내 규제 탓에 대량 데이터를 쌓을 무대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로보택시 자회사 모셔널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포디투닷 등은 미국, 카타르 등에서 주행하고 있다. 심지어 모셔널은 로보택시 상용화가 연기되면서 실제 주행 데이터를 쌓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모셔널은 올해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지난해(5위)보다 크게 떨어진 15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웨이모와의 협업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체증을 뚫어줄 전망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에 단순히 아이오닉5를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운행될 로보택시의 주행 데이터를 공유 받는다. 두 회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을 위한 AI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AI에 기반한 자율주행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훈련하는 강화학습이 필수다. 현대차는 모셔널의 로보택시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웨이모의 로보택시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가 가능해진 셈이다. 로보택시로 쌓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엔비디아가 만든 물리 법칙이 적용된 가상 세계 ‘코스모스’에서 합성해 증폭할 길도 열린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BYD보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출시가 1~2년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웨이모와 협력을 통해 추격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자체 사업과 협업 모두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