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로 개화와 독립을 새기다...광복 80주년 특별전 '김가진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2025-05-08

경기도박물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전 '광복80-합合'의 첫 전시 '김가진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는 정치와 예술을 함께 실천한 독립운동가 김가진의 삶을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인물 회고전이 아니다. 김가진을 중심에 두되, 그와 교류하거나 대립했던 동시대 인물들의 사상과 행적을 함께 조명하며 대한제국의 몰락과 대한민국의 기원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전시장에는 김가진 전시물 뿐 아니라 김상용, 김상헌, 김광욱 등 충절혈맥을 시작으로 개화파의 오경석과 유길준, 황실의 흥선대원군과 고종, 명성황후 절의파의 민영환, 이준 등 당대 주요 인물들의 문서도 함께 전시돼 당대 인물들이 얽힌 시대의 풍경을 촘촘하게 구성한다.

전시는 김가진의 삶을 따라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며 각 부는 고유의 색감으로 전시 흐름을 시각적으로 안내한다.

1부는 붉은색 배경으로 꾸며진 '충절혈맥, 개화선각자로'이다. 조선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서얼의 신분을 딛고 개화파 관료로 성장한 김가진의 초기 행적을 보여준다.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군국기무처, 주일공사관 등에서 외교와 내정 개혁에 힘쓴 기록은 외교 암호문, 개화파들의 시축 등으로 소개된다.

김상용, 김상헌의 '동지사 이상길을 전별하는 시', 겸재 정선의 '백운동도白雲洞圖', 김윤식, 김옥균, 김가진, 서재필 등 개화파들의 합작 '시축詩軸', 김가진이 만든 '주일공사관 외교 서신 암호 규칙 초고와 완성본', 그리고 '암호 편지' 등이 전시된다.

2부는 노란색 공간에서 전개되는 '대한제국 대신 - 돌에 새긴 마음, 독립의 의지를 다지다'이다. 대한제국 고위 관료로서 독립의지를 지녔던 김가진의 중년기를 조명한다. 그는 최초의 재외공관 주재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며 자주독립의 상징인 '독립문'의 휘호를 남겼다.

2부에서는 김가진이 쓴 '독립문'과 일본 화가 '덴카이'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 초상', '김가진이 초상화에 스스로 지은시'가 함께 선보인다.

대한제국 2등 칙임관 대례복을 입고 있는 김가진의 초상화에는 금사로 수놓은 활짝 핀 무궁화가 4개, 흰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는 손과 흰색 장식털을 두른 대례모, 그리고 오른쪽 가슴에는 훈2등 팔괘장, 목 아래에는 훈3등 팔괘장을 패용했고, 왼쪽 가슴에는 황제망육순등극10주년 기념장을 비롯해 3개의 기념장을 패용하고 있다.

3·4부는 파란색 배경 아래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3부 '정예일치 - 곧은 글씨로 굽은 세상에 맞서다'는 망국 이후 절망 속에서 예술로 독립의지를 실천한 김가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왕희지체와 조선 서풍을 조화시킨 '동농체'를 완성했고, 정자와 관청 현판, 사찰 주련 등에 붓글씨를 남겼다. 자작 칠언시에는 조국 독립의 염원이 담겼다. 그는 서화협회 고문으로 활동하며 당시 예술계 인물들과도 깊게 교류했다.

이어지는 4부 '임정국로 - 낯선 하늘 아래에서 조국을 품다'에서는 김가진이 상하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합류한 마지막 여정을 다룬다. 그는 조선민족대동단 총재로 활동하며 제2의 독립선언이라 불리는 '대동단 선언'을 발표하고 북로군정서 고문 추대로 초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로'로 역할을 다했다.

복벽주의 대신 공화주의와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택한 그의 정신은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는 김가진의 '대동단 선언서', 김구와 오세창의 친필 자료, 정정화의 '장강일기' 초고 등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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