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은행, 국책은행, 지방은행을 비롯 서민금융회사로 불리는 저축은행·캐피탈 등이 고금리 대부업체에 천문학적 수준의 돈을 빌려주고 조단위 이자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민들이 2금융권을 너머 고리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가운데, 제도권 금융사들이 이들 대부업체에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올리는 건 공공재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금융업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 까지 은행업권·저축은행업권·캐피탈업권 등에서 대출한 대부업체 수는 8265개에 달한다. 총 대출 건수는 3만 1019건, 대출금액은 38조 1998억원에 육박한다.

연도별로 △2020년 1648개사(대출 7585건, 대출금액 5조 7968억원) △2021년 1496개사(6338건, 6조 7532억원) △2022년 1463개사(5602건, 5조 8230억원) △2023년 1213개사(3742건, 5조 9169억원) △2024년 1302개사(4182건, 7조 5217억원) △2025년 1~8월 1143개사(3570건, 6조 4383억원) 등으로 2023년을 기점으로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부업체가 대출을 이용한 업권을 살펴보면 저축은행에만 5679개의 대부업체가 몰려 가장 많이 이용했다. 대출건수로는 캐피탈업권이 1만 5784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출규모로는 캐피탈업권이 22조 83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업권 중 가장 많은 대부업체와 대출이 실행된 은행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74개사, 120건, 1670억원)이었다. 대출금액으로는 우리은행(57개사, 61건, 3947억원)이 가장 많았다.
저축은행 중 가장 많은 대부업체와 대출금이 실행된 곳은 월컴저축은행(478개사, 1896건, 2조 4092억원)이었으며, 대출건수로는 한화저축은행(192개사, 1951건, 4684억원)이었다.
캐피탈업체 중에서는 JB우리캐피탈(1036개사, 5833건, 7조 4944억원)이었다.
이들 3개 업권에서 대부업체에 실행된 평균 대출금리는 캐피탈업권이 연 7.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저축은행업권 연 6.68%, 은행업권 연 5.32% 순이었다.
특히 3개 업권에서 지난 6년여간 실행된 대출규모는 약 37조원에 달했는데, 그로 인한 이자수익은 약 2조 54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2020년 3380억원 △2021년 3775억원 △2022년 4390억원 △2023년 4817억원 △2024년 5341억원 등 매년 이자수익이 급증했으며, 올해 1~8월 이자수익은 3708억원에 달한다. 업권별로는 △캐피탈업권 1조 5319억원 △저축은행업권 9332억원 △은행업권 758억원 등이었다.
이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부업체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 창출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부업체 이용 수요가 상존하고 있어 대부업체의 조달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돼 서민들이 2 금융권 등 고금리 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암담한 현실도 모자라 대부업체에 종자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는 것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로서의 공공재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부업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을 취급할 경우, 가계대출 규제 우회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소비자보호도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기에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