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용쟁호투⑦] 트럼프 2.0, K반도체 산업의 도전과 해법

2025-01-05

디지털포스트(PC사랑)-시장경제 2025년 신년 공동기획

1월호 커버스토리 : 트럼프2.0 위기인가, 기회인가?

박우용 실리콘아츠 AI&SW팀 책임연구원 기고문

'미중 무역전쟁' 복합적인 도전 과제

'중국 시장 의존 구조' 다변화 필요

동남아·인도·중동·유럽 수출 경로 확대

반도체 설계·생산, 미국 기술에 종속

국산 SW·국내 제조장비 개발 필요

위기를 기회로... 인재 양성·기술 자립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우용 책임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그 여파가 한국 반도체산업을 정면으로 덮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시장 중심의 수출 구조, 미국 기술(IPR)에 대한 높은 의존성, 글로벌 수출 규제라는 구조적 한계가 두 나라 간 갈등으로 인해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국입니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특히 D램, MCP(멀티칩패키지)와 같은 핵심 품목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50~70%에 달합니다. 여기에 홍콩을 경유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집니다.

반도체 기술 측면에서는 미국에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미국의 첨단 장비와 기술, 특허에 크게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ASML(네덜란드)과 함께 미국 기업인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KLA 등으로부터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또,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미국의 엔비디아(NVIDIA), AMD, 인텔 등과 협력해 메모리와 프로세서 칩을 통합하거나 성능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및 주요 기술 허브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최신 연구를 한국 본사에 도입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제품 설계 분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퀄컴(Qualcomm), AMD, 엔비디아 등은 미국의 칩 설계 전문 팹리스(fabless) 기업입니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이들의 설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반도체 칩 등을 제조(파운드리), 글로벌시장에 공급합니다.

이처럼 미국 기술에 대한 높은 의존성은 한국 반도체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종속성을 탈피하기 어렵게 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미국의 압력과 중국과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곤혹스럽게 된 셈입니다. 한국 반도체산업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다만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각론적 해결책'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유럽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 경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FTA를 활용해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미세 공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중국이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반도체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기술 독립'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기술 국산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국산 소프트웨어와 국내 제조 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자체 R&D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첨단 공정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R&D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 유럽과 협력해 기술 분산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요구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의 동향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산업 전반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핵심 반도체 및 소재, 장비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 한국, 대만, 유럽 등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적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 전략적 기술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2022년 이후 반도체 협력 강화 방안을 여럿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와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R&D 협력, 생산 역량 확대, 인력양성 프로그램 구축 분야에서 손을 잡습니다.

두 나라는 첨단 노드(2nm 이하) 반도체 R&D에 필요한 공동 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거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공정의 혁신을 위한 기술 교류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미일 기업 및 연구기관 간 활발한 협력, 전문인력 교류, 시험 생산라인 가동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정책에서도 궤를 합니다. 미국은 2022년 통과된 'CHIPS and Science Act'(미국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 강화와 동맹국과의 기술협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 역시 이 법안이 제공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토대로 미국 내 시설 투자나 연구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이 같은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두 나라가 주도하는 글로벌 기술 표준 및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한국에 큰 도전 과제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제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복잡다단한 문제일수록 답은 간단할 수 있습니다. '총론적 해결책'은 기술 자립을 통한 독립성과 유연성을 회복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선순위의 가장 첫 번째는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입니다. 기술 발전은 결국 사람이 이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 제조, 공정 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전문 인력이 필수적입니다. 산학 협력을 통해 현장 경험과 이론 교육을 통합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10년간 15만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배출할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나아가, 국책 연구소와 글로벌기업 간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 국제적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대규모 R&D 투자입니다. 첨단 공정 기술, 시스템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에서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국산 장비와 소재 개발을 책임질 혁신 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국제 공동 연구, 해외 기술 협력 등과 병행해 추진한다면 기술 자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 발 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복합적인 도전 속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중국 시장 중심의 의존 구조를 다변화하고, 미국 기술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며, 인재 양성과 기술 자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기술 독립과 혁신을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결국 우리의 준비와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약력]

1.경력

-실리콘아츠 AI&SW팀 책임연구원, 2023~현재

-모본 SW개발팀 책임연구원, 2020~2023

-멕서스 FW개발팀 선임연구원, 2015~2020

2.업무 분야

-반도체

-임베디드 시스템, 네트워크 Application, 자동자주행보조장치 Application, Soc(BSP), Device Driver, Linux Kernel, BootLoader, 디지털 회로설계.

*공동 취재단 : 디지털포스트(PC사랑) 임병선 팀장, 이백현 기자 l 시장경제 산업1팀 최종희 팀장, 최유진 기자, 산업2팀 성지온 기자, 금융부 유경표 기자, 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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