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역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자율주행차로 지목한다. 자율주행이라는 패러다임을 향해 빠르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은 미국 정부효율화부(DOGE)와 함께 새로운 법안을 통해 자율주행 산업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 자본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이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관련 분야 주요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모델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 먼저 미국은 스스로 달릴 준비를 마치고, 도약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제도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 분야 세계 1위 구글 웨이모(Waymo)는 누적 투자액만 약 110억달러(17조원)다. 최근 로보택시 사업 철수를 선언한 세계 2위 GM 크루즈(Cruise)도 약 150억달러(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투자유치액은 800억원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 1기 동안 급성장한 테슬라의 성장도 괄목할만하다. 회사는 이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상징이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3516억달러(2000조원)로, 세계 63개 자동차 제조사 전체 시총인 2조7960억달러(4000조원)에 절반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 370억달러(약 52조원)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단순 수치비교 이상으로 뼈아프다.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자율주행과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을 시장 논리에만 맡기지 않았다. 제도적 유연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공포된 '자동 주행 시스템을 갖춘 차량을 위한 국가 프로그램(National Program for Vehicles with Automated Driving System)' 법안은 기존 자율주행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상용화를 위한 면제 조항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완화된 자율주행차 기준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법체계를 한층 유연하게 만들었다.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환경을 조성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웨이모와 테슬라 같은 기업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폭발적 성장을 달성했다. 트럼프 정부 2기를 앞두고 준비 중인 정부효율화부는 이러한 기조를 더욱 강화할 기세다. 이는 자율주행차 산업의 재도약을 견인할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미국 사례는 자율주행차 같은 신산업에서 정부와 기업의 협력, 그리고 전략적 자본 투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력히 보여준다.
스타플레이어인 웨이모와 테슬라로 미국은 글로벌 자율주행차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앞으로도 유연한 규제 환경과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것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형 모델로 미국을 자율주행차 산업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 강력한 산업 육성 모델을 통해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SW)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하드웨어 공급망 재편과 관련 부품 산업의 육성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센서, 배터리 등 하드웨어(HW) 기술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 등 최첨단 부품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대규모로 생산한다. 이를 통해 자국 내에서 자율주행차 제조에 필요한 부품 공급망을 독립적으로 구축했다. 하드웨어 산업 기반이 탄탄해야 자율주행차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래모빌리티 산업에 239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원했다.
이 투자금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위한 인프라 확충, 부품 제조업체 보조금 지급,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구매 보조금 등에 쓰인다.
예컨대 중국은 자국이 보유한 공공도로 약 3만2000㎞를 자율주행차 테스트용으로 개방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실도로 환경 기술 검증을 장려하고 있다.
현지 기업이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더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도록 돕는다. 현지 시장에서는 바이두, 샤오미, 알리바바 같은 대형 기술 기업과 니오(NIO), 샤오펑(Xpeng), 리오토(Li Auto)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자율주행차 육성 전략은 관련 부품 산업 성장을 통해 더욱 구체화한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부품 생산을 위해 지역별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배터리 제조를 비롯해 차량 내 전자장비, 통신 모듈 등 기술집약적인 부품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 중이다.
CATL 같은 중국의 배터리 제조 기업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30% 이상을 점유하며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 중이다.
중국의 전략은 단순히 기술 혁신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다. 정부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SW와 HW, 부품 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자율주행차 시대 준비에 가장 체계적인 접근 방법과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산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차 법규를 제정했다. 레벨4 B2B 거래법규(성능인증제도)를 세계에서 3번째로 제정하며 정책 선도국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 산업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이후 새로운 대규모 자동차 제조사가 탄생하지 못했다. 현대차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계획을 연이어 연기하고 있다.
한국의 관련 투자금액은 조 단위로 투자하는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를 필두로 통신, 플랫폼, SW, 제조를 아우르는 융합 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게임체인저를 발굴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형 기업, 정책,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원팀 코리아'로 통신, 플랫폼, SW의 스타 플레이어가 똘똘 뭉쳐야 한다. 자율주행차 산업은 단순한 자동차 산업의 확장이 아니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통신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다. 국가 경제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다. 한국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차 60만대 보급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자율주행차 산업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정책을 통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규제의 틀을 벗어나야만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모색하고, 자율주행차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이끌 차세대 먹거리를 모색해야한다. 올해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자율주행이라는 신산업을 통해 경제 돌파구를 찾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hjh@autoa2z.co.kr
〈필자〉한지형 대표는 국내 완성차 출신의 자동차 전문가다.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과에서 기초를 다지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입사했다. 현대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초 주·야간 자율주행, 서울·평창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창업해 5년 만에 국내 1위, 세계 13위 독보적 성과를 창출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도 모빌리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