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민주를 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쳐서는 안 된다. 패권의 확장을 못 할 바는 아니다. 다만 극단적이어선 안 된다. 나라가 비록 커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 국민이 비록 많아도 도를 잃으면 반드시 혼란스럽다. 아메리카의 잘못은 천하의 후세가 경계로 삼을 만하다.”
중국산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창작한 ‘과아메리카론(過美利堅論)’의 마지막 문장이다. 중국 한(漢)나라 재상 가의(賈誼)가 진(秦) 제국의 흥망을 논술한 명문 ‘과진론(過秦論)’을 참고해 내놓은 답이다. “인의의 정치를 펴지 못하고 공벌과 수성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때문(仁義不施而攻守之勢異也)”이라는 가의의 요지를 담았다.
올해 설 연휴 동안 중국에서는 이처럼 딥시크를 활용한 미국 때리기가 유행했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에서 농민 반란으로 진을 무너뜨린 진섭(陳涉)을 평가한 ‘진섭세가’를 참조한 딥시크판 트럼프 본기도 SNS에서 인기다. 미국 앱스토어 순위에서 딥시크가 챗GPT를 누른 데 대한 자부심도 넘친다.
딥시크는 한자로 심도구색(深度求索·선두추쒀)이다. 딥러닝을 심도학습(深度學習)으로 부르는 식이다. 중국인들이 딥시크로 고전 패러디 놀이에 빠진 사이 한국과 서양에서는 중국의 약점 찌르기가 인기였다. 챗GPT와 딥시크에 동시에 1989년 6·4 천안문 사건,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묻고 답변을 비교하며 당황하는 딥시크를 조롱했다. 중국의 인터넷 만리장성을 지키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2023년 제정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 임시방법’에 따라 이른바 사회주의 가치관, 정권 전복, 국가안보 및 이익을 위협하거나, 분열을 선동하고 통일을 파괴하는 내용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딥시크 쇼크처럼 미·중 사이에 민감한 경쟁은 진전이 빠르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의 더우궈칭(竇國慶) 대령은 지난해 『미국의 백 년 글로벌 전략』이란 책을 펴냈다. 미국의 과거 100년의 흥망사를 해부한 뒤 “글로벌 군사력 시스템 자체가 미국의 약점”이라며 “미국의 재정, 국민 생활과 심리적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취임에 이은 딥시크 쇼크가 중국이 의도한 시간표를 따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피상적 감상을 넘어 변화를 헤쳐갈 나라의 좌표를 ‘심도구색’해야 할 때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