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되자 카페에서 우르르 나가
여당 의원들 돌아서 예상됐던 탄핵
집회 참가자들 기대감…앞으로의 사회적 과제도 필요
부결 당론 유지한 국힘 향해서 실망감도
[서울=뉴스핌] 방보경 송현도 기자 ="가결! 우와아!!"
14일 오후 5시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초조하게 스크린을 살피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환호에 찬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거나, 차오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모인 집회 측 추산 200만명의 함성이 먹먹하게 거리를 메웠다.
카페 안에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시민들 역시 함성을 질렀다. 50대 남성이 "여러분, 우리가 이겼다. 역사를 만들고 있다"라며 지나가자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탄핵안 가결 이후 스피커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자 박모(26)씨는 얼굴이 붉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그는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며 "젊은 여성들이 길거리에 나와 얘기해줘서 가결된 것 같다"고 울먹였다.
송파구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온 조형민(32) 씨는 "가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긴장된 마음으로 계속 있었다"며 "모쪼록 사태가 잘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3표, 무효 8표로 가결시켰다.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작성해 윤 대통령에게 송달하면, 대통령은 이를 전달받는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결과가 나오자 영하의 날씨에 잔뜩 움츠려 있던 시민들은 자리를 빠르게 치우고 지하철로 향했다. 얼굴에는 피로함과 홀가분함이 함께 녹아 있었다. 거리에서 어른들은 들려오는 노래를 읊조렸고, 미취학 아동들은 폴짝폴짝 뛰며 로제의 '아파트'를 열창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나온 손모(43)씨도 "오히려 선물을 받고 간다"며 탄핵 가결 소감을 밝혔다.
반면 근처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벌이던 보수 단체들은 결과가 나오자 힘없이 스크린을 내렸다. 그전까지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두고 '개딸들' '정신차려라' 등 고성이 오가던 현장은 빠르게 정리됐다.
탄핵안 가결은 예상된 일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발의됐으나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불참하면서 투표 자체가 불성립됐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이어지면서 여당 국회의원 7명이 탄핵안 찬성표를 던졌고, 가결 조건인 200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표결이 있기도 전부터 집회 참가자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동작구 시민 이모(33) 씨는 "본래 집에 생후 100일 된 딸이 있어 지난 7일 집회에는 안 나왔었지만 내란 사태를 축소하는 모습에 남편에게 딸을 맡기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른 오전부터 전라도 정읍시에서 버스를 타고 달려온 김용훈(38) 씨도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자식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다"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 얘기했던 공정과 상식을 지켜서 국민 생각을 수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상에 오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탄핵 이후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제시하고 해결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는 "단순히 대통령이랑 국회의원의 얼굴만 바뀌는 정치적 민주화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해소하는 실질적 민주화 과정에 대해서도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했다.
두번째 탄핵안에도 여전히 '부결' 당론을 유지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실망감을 보였다. 오후 4시경 국민의힘이 5시간이 넘는 마라톤 비상의원총회를 열고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민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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