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트리켐 등 반도체 소재기업 자회사 편입 예정
리뉴어스·리뉴원 등 실적 부진...자금 확보 필요성
반도체 소재 시장 성장세...수익성 개선·IPO 순항 전망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기존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기업 4곳을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건설업에서 환경업으로, 다시 반도체 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상장 시점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신사업으로 낙점했던 환경업 중 일부 자회사들의 성과가 부진했던 가운데, 향후 반도체 업황의 성장세에 따른 SK에코플랜트의 수익성 변화에 주목이 쏠린다.

◆ SK트리켐 등 반도체 기업 4곳 자회사 편입 추진...IPO 추진 속력
13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SK의 사내독립기업인 SK머티리얼즈 산하 반도체 자회사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한다. SK는 보유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거나 SK에코플랜트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편입은 올해 말 완료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을 강화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건설 부문 매출은 5조7021억원으로 전년(5조8988억원) 대비 3.3% 하락했다. 올해도 건설업은 원자재값 변동, 인건비 상승, 지방 악성 미분양 급등 등으로 높은 공사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 매출 원가율이 90%에 달하는 SK에코플랜트도 공격적 수주보다는 보수적 사업 선정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도시 정비사업을 한 건도 수주하지 않은 상태다. 분양 성과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올해에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원가율 절감에 집중하는 동시에 SK하이닉스 발주 사업 등 내부 일감에 주력할 것으로 추측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 프리 IPO를 추진할 당시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 투자자들에게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속한 기간을 지키지 못할 시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본업에서의 묘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1년 가량 남은 상장 추진을 위해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일부 환경 신사업 성과 부진...매출 인식 빠른 '반도체' 신사업 낙점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사명을 변경하며 신성장동력으로 환경 사업을 낙점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ESG경영 등이 강조되는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환경산업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환경 부문의 매출은 ▲2022년 9816억원 ▲2023년 1조3529억원 ▲2024년 1조6843억원으로 지속 성장했다. 2022년 전자전기폐기물 재활용 업체 SK테스 등 관련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한 후 피인수 기업들의 매출이 함께 인식되기 시작한 결과다.
환경 부문은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며 지난해 SK에코플랜트 전체 매출을 견인했지만 일부 환경 자회사들의 실익은 기대 이하였다. 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35억으로 전년(1910억원) 대비 9.2% 하락했다. 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전년(11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며 폐기물 발생량이 정체된 영향으로 보인다.
일부 신사업의 실익은 부족한 반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소모된 자회사 인수 및 지분투자 등 비용은 여전한 고민이다. SK에코플랜트의 차입금은 2022년 말 3조1879억원, 2023년 말 4조2769억원, 2024년 9월 5조1338억원으로 확대됐다. 수익창출력 대비 차입 규모가 큰 상황에서 인수대금 회수가 지연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사업 중 에너지 부문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소모량 급증으로 업황이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사업으로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 큰 보탬이 되기는 어렵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에너지 자회사 SK오션플랜트와 환경 자회사 리뉴어스, 리뉴원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비교적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 수 있는 반도체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 반도체 산업 성장세...SK에코플랜트 재무구조 개선 전망
올해 반도체 소재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의 발전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미세 공정과 고난도 공정에 사용되는 첨단소재의 공급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의 성장도 점쳐진다.
실제 SK트리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1442억원) 대비 7.4% 상승한 1549억원이었다. SK레조낙 매출은 2023년 463억원에서 지난해 352억원으로 하락했으나 같은기간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278억원→450억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770억원→1172억원)은 상승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모듈 전문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가스 생산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이번 자회사 편입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부문을 하나의 사업으로 안착시키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자회사들의 매출이 전체 실적에 반영됨에 따라 SK에코플랜트의 IPO 추진에 속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편입은 포트폴리오 확장과 더불어 우량자산 내재화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향상 등 내실을 다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