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에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 말에 백희나(54) 작가는『알사탕』 애니메이션 제작을 허락했다. 그 덕에 빼곡한 아파트 단지 속 홀로 구슬치기를 하는 소년 동동이가 생생히 살아났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 부문 후보로 오르며 화제가 됐던 애니메이션 ‘알사탕(Magic Candies)’이 2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알사탕』(2017)은 2020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이다.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그림책 『알사탕』과 알사탕의 프리퀄 격인 그림책 『나는 개다』(2019)를 원작으로 했다.

『알사탕』은 입에서 녹는 동안 누군가의 속마음이 들리는 ‘마법의 알사탕’을 만나게 된 소년 동동이가 주인공. 『나는 개다』는 동동이가 어릴 적부터 함께 해 온 강아지 구슬이의 시점을 다뤘다. 애니메이션은『알사탕』의 플롯을 따르지만, 『나는개다』 속 구슬이와 동동이의 관계를 녹이고, 그림책엔 없던 동동이 시점의 장면을 삽입했다.
제작은 일본의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CG 전문 애니메이션 제작사 단델라이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맡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를 제작한 조합이다.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원피스’ 등을 연출한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 감독과 마법 소녀 ‘프리큐어’ 시리즈를 제작한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와시오 다카시(鷲尾剛) 프로듀서는 “『알사탕』은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먼저 추천해 주었다”며 “클레이로 만든 동화책을 처음 봐 놀랐다. 단편작품이라 비즈니스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회사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이날 이들을 ‘황금제작진’이라고 표현했다.

‘알사탕’은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한국 아동문학 원작으로 제작한 첫 단편 애니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무의식적으로 일본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까 걱정했다”며 “한국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충분히 의논하고, 로케이션 답사를 다녔다”고 했다. 언덕이 많은 서울의 모습, 까치가 날아다니는 놀이터가 그대로 묘사됐다.
백 작가 역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책인데, 애니메이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이 작품의 정체성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말로 흔들릴까 걱정했다. 그 부분을 깨지 않기 위해 많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민은 그림책을 만들 때 종이·섬유 등의 재료로 입체 작업을 하고 촬영해 결합해온 고유의 결과물이 애니 속 CG로 구현되면서 원래 느낌을 잃을까 하는 점. 백 작가는 “(도에이 측에서) 작업에 앞서 캐릭터들을 CG 모델링 하여 먼저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허락해달라고 했다. 1년이 걸리는 일이었다”며 결과물에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나는 개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구슬이와 동동이의 이야기라 한다. 백 작가는 “그림책『알사탕』에선 서로의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표현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선 구슬이가 동동이의 보호자 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은 이번 그림책 외에도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일본, 한국 국적과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작가는 “20분으로 상영시간이 짧아 아이들이 극장에 입문하는 첫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인·청소년 가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