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서 유행한 신종 마약류 의약품을 밀수입한 뒤 액상 담배와 섞어 강남 유흥업소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신성철)는 전신마취제로 사용되는 전문 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액상 담배와 혼합해 제조한 이후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판매한 피의자 7명을 보건범죄단속법(부정의약품 제조) 혐의로 검거해 이 중 2명을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태국으로 도주한 외국인 부부 총책 A(프랑스·40대)와 B(미국·30대)를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추적 중이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전문 의약품 1500mL, 부정의약품이 담긴 카트리지 513개, 현금 2억48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에 오랫동안 체류한 A와 B는 홍콩에서 ‘우주 오일(Space Oil)’이라는 이름으로 퍼진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국내에 유통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약물이 홍콩 청소년 사이에 빠르게 유행하면서 대마와 코카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마약으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A 부부는 지난해 5월 지인 C씨 등 5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초대해 본격적으로 범행에 착수했다. 이들은 홍콩에서 밀수입한 두 의약품을 지난해 9월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상 담배와 7:3 비율로 배합해 전자담배 카트리지 987개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유통책은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방문해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용을 유도했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불법 약물이 아니고 검출도 되지 않는다”라고 속이거나, 흡연 기호에 맞춰 딸기향 등 다양한 액상 담배와 섞은 상품을 유통했다. 10개 미만은 30만원, 100개 이상은 20만원으로 가격에 차등을 두고 판매하는 전략을 썼다.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피의자 D는 총책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 공항에서 카트리지 300개를 건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케타민을 투약자의 상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인지했다. C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C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공범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다만 총책 부부는 C씨가 검거된 직후 태국으로 도주했다.
에토미데이트는 그간 오남용이 심각한 의약품으로 꾸준하게 지적된 의약품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에토미데이트를 신규 마약류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면 의약품의 수입·제조·유통·투약 전 과정에서 취급 보고 의무가 부과돼 정부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이번 경찰 수사 결과에서 처음 마약류 유통이 확인된 프로폭세이트에 대해서도 임시마약류 지정을 예고했다.
남성신 서울경찰청 마약수사1계장은 “해외로 도주한 총책 2명에 대해선 현지 법집행기관과의 긴밀한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