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투쟁이고 몸싸움인가.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교 현장을 방문한 신경호 강원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과 몸싸움 중 넘어지면서 부상을 당했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10월 31일 양양고를 방문한 교육감은 오후 7시 1분께 교장실을 나오다 단체협약 실효와 관련한 면담을 위해 교장실 밖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전교조 강원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교육감이 넘어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사회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현장에서 아름답지 못한 일이 발생한, 이번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스스로 노동자를 자처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면담을 요구했고, 그것을 물리적으로 관철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 먼저 밀쳤느냐는 것이 아니다. 몸싸움의 일차적인 원인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전교조원이 민주정 정당성이 있는 교육감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 관철은 대화와 소통, 협의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부·교육청과 전교조 사이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신들만의 교육이념을 내세워 민주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결성된 전교조의 의식과 행동은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전교조는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선언문을 통해 “겨레의 교육성업을 수임받은 우리 전국의 40만 교직원은 오늘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선포한다. 오늘의 쾌거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우리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겠다는 선언이며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실천을 위한 참교육 운동을 더욱 뜨겁게 전개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민족과 역사 앞에 밝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가혹한 입시경쟁교육에 찌든 학생들은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메고 있으며, 학부모는 출세지향적인 교육으로 인해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강요받았다.”라고 하면서 학부모를 매도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전교조에 ‘겨레의 교육성업’을 위임한 적이 없다.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를 국가가 결정할 일도 아니고, 더더구나 특정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전교조가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학생과 학부모는 그들의 근본 없는 교육관에 휘들려 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교육관에 투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설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실천과 참교육을 표방하였지만 이제 그것마저 사라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가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의식은 유연하게 변하였다. 따라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확산되었지만 아직도 교육현장에서는 독선과 독주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학교 교육의 주인이 국가 기관도 전교조와 교육 단체도 아닌 학생과 학부모,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관을 지닌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 선택권, 학교 선택권을 그들에게 주어야 한다. 교육의 자유화가 일어나야 한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