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이 마운드에 오르고 장성우가 외야 글러브를 낀다. 올스타전 무대라 가능한 풍경이다.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1만6850석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한 KBO 올스타전. 평소 상상할 수 없었던 이색 장면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KBO 역대 최초 500홈런의 주인공 최정이 시작이었다. 드림 올스타 2번째 투수로 등판한 KT 우규민이 2사 1, 3루에서 박동원에게 적시타를 맞고 실점하자 이강철 KT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 감독의 선택은 ‘구원 투수 최정’이었다. 3루를 지키던 최정이 마운드로 향했다. 우규민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최정은 키움 이주형을 상대로 초구 117㎞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2구 121㎞ 다소 빠른 공, 이주형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1루수 빅터 레이예스의 미트에 그대로 들어갔다.
KIA 유격수 박찬호는 경기 중반 나눔 올스타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유격수 자리에서 누구보다 기민한 박찬호가 낯선 자리에선 영 어색해 보였다. 더그아웃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출발이 안 되더라”고 웃었다.
KT 포수 장성우는 좌익수 경험을 했다. 경기 중반 대타로 들어간 뒤 본업인 포수가 아닌 좌익수 자리에 선 것. 8회말 나눔 올스타 대타로 나온 KIA 김호령이 하필 좌익수 쪽으로 아주 큰 뜬공을 때렸다. 장성우가 가까스로 공을 좇아가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KT 마무리 박영현은 9회초 드림 올스타 마지막 공격에 타자로 나섰다. 6-8로 뒤진 상황, 선두 타자 전민재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무사 1루에서 박영현이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 의욕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하필 상대가 시속 160㎞를 던지는 한화 김서현이었다. 박영현은 3구째 볼 하나를 골라냈지만, 이어 4구 시속 152㎞ 직구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