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에 일방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하더라도 관세를 계속 부과할 차선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관세가 폐지되면 한국과 일본 등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헌 판결해도 관세 부과할 플랜B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IEEPA 사용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본 1·2심 판결을 뒤집을 거라고 주장했다.

베센트 장관은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더라도 관세 부과를 계속할 수 있는 차선책이 있다”며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상호관세를 위헌으로 결론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베센트 장관이 제시한 차선책은 1930년 대공황 시절 제정된 관세법 338조였다. 해당 법률은 대통령이 특정 국가가 무역에서 미국을 불공정하게 차별한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의 동의 없이도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과거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데 활용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각국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법률의 적용을 검토했다. 그러다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30일의 검토 기간이 필요하고 50%의 관세율 제한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를 근거로 삼아 행정명령을 통한 무차별적이고 즉각적으로 관세를 부과해왔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에 대해 “대통령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있지만, 행정명령을 통해 과세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상고 절차 기간 등을 감안해 다음달 14일까지 판결 효력을 유예한 상태로, 상호관세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핵심 총동원 법원 탄원…“관세 없으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도 결국 대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거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그의 핵심 참모들은 지난달 29일 항소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알리는 사실상의 ‘읍소 작전’을 펼쳤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진술서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무역합의를 끝낸 국가들을 언급하며 “해당 교역 상대국과의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 없이는 이 중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특히 “협상의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한다는 믿을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끌어낸 협상이 사실상 관세를 동원한 ‘협박’에 따른 결과였음을 시인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그런(위헌) 판결은 국내외에서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위협하고,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베센트 재무장관은 “관세 압박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아직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 않은 상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관세가 안보 정책에까지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관세가 평화를 확보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한 행동과 관련한 대통령의 협상력을 강화했다”고 했다.
反서방연대 강화…트럼프, 연휴 내내 골프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만능 열쇠’로 내세웠던 관세 부과가 위헌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사실상 ‘반미 협의체’로 격상시키며 미국에 대항할 우군을 결집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냉담했던 관계를 깨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7년 만의 중국을 방문하자 미국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베센트 장관은 인도를 중국·러시아와 함께 ‘악당(Bad actors)’이라고 칭하며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한다”며 “이들은 악당이고, 언젠가 우리와 동맹국들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시간 3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가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옆에 서서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참관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간의 회담이 이뤄질 거라고 예고했던 2주일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고 미국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같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절 연휴 3일 내내 공식 일정 없이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225일 중 29.3%에 66일간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