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장은 크게 국내 여행객들을 해외로 보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Inbound)’로 구성된다. 그중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의 ‘왕좌’는 하나투어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하나투어의 역사는 2위 업체인 모두투어에서부터 시작됐다. 먼저 모두투어의 창업자인 우종환 회장은 고려여행사를 떠나 1989년 국내 최초 홀세일 여행 전문기업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네트워크)를 설립했다.
모두투어가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면 소매 여행사가 이를 기반으로 여행객을 모객하는 방식이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영업방식은 급속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경쟁사 하나투어가 설립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모두투어에 몸 담고 있던 하나투어 창업자 박상환 회장은 상장(IPO)을 통한 도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 회장은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을 고수하자 박 회장은 보유한 모두투어 지분을 정리하고 창업에 나섰다.
박 회장은 하나투어를 설립하고 2000년 국내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11년 11월에는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더 많은 항공 좌석을 확보했고 아웃바운드 여행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국내 여행시장의 점유율은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됐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영업활동을 사실상 중단해야 했고 모두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리오프닝을 준비해야 했다.
그동안 하나투어는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다. 2020년 초 하나투어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제3자로 배정된 IMM PE가 참여하면서 새 주인을 맞았다. IMM PE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송미선 대표를 하나투어 수장으로 낙점했다.
이와 함께 하나투어 창업자인 박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하면서 ‘신구(新舊) 구도’를 형성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하나투어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동시에 자산 유동화로 위기를 극복할 실탄을 확보했다.
2021년 초 주주총회에서 만난 송 대표는 기자에게 “여행 시장 회복에 맞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그때의 하나투어는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고체계를 간소화하면서 리오프닝에 대비한 사업전략을 추진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대리점에 여행상품 안내를 맡기고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커미션)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나투어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이에 따른 안내를 각 지역에 위치한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상생 구조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해 매출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선방한 실적”이라며 “중고가 위주의 상품 판매 비중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졌고 외부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티메프’ 사태에서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격차가 벌어진 배경이다. 하나투어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은 62.4% 증가한 47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373억원으로 63% 증가했다. 하나투어 온라인 전체 회원수가 2024년 9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눈에 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시기에 대리점 구조에 맞춘 전략을 시행하면서 경쟁사 대비 빠른 실적 회복을 이뤄내면서 아웃바운드 여행시장 왕좌를 지켰다. 이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맞춘 ‘모바일 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송 대표가 내세운 ‘완전히 새로워진 하나투어’. 이제 그 청사진이 완성된 모습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