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가만히 몸을 맡기니, 나아갈 힘이 생겼지

2025-08-14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

조시온 글 | 이수연 그림

옐로스톤 | 48쪽 | 1만8000원

철썩대는 파도 따라 울렁대는 내 마음/ 꾹꾹 참아도 봤지만, 파도는 불쑥 터져 나오지/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고 싶진 않았는데…/ 흐느낄 때도 파도는 일렁거려. 밀어내도 밀어내도 다시 밀려오지.

그림책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는 인디밴드의 노랫말 같은 문장이 넘실거린다. 항상 고요한 바다처럼 살고 싶지만, 느닷없이 몰아치는 감정에 흔들리고 잠식되는 마음을 파도에 빗대어 읊조린다.

“북쪽 끝에 가면, 파도 없는 바다가 있대!” 하늘을 나는 하얀 새가 파도 때문에 괴로워하는 소녀에게 알려준다. 소녀는 거친 물살을 가른다. 기어코 도착한 곳은 ‘모든 움직임이 사라진 얼음의 나라’. 눈물마저 얼려버리는 그곳에서 소녀는 떠올린다. 햇살에 물결이 반짝이던 설렘, 미역이 살랑살랑 간질이던 기쁨, 돌고래가 솟구치던 찰나의 감탄…. 행복감을 주던 그 자잘한 마음의 동요도 파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녀는 온 힘을 다해 뒷걸음쳐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파도가 두렵다. 그때 파도를 반기는 소년을 만난다. 그는 고꾸라져도 다시 파도처럼 일어나 바다로 향한다. 소년은 파도와 싸우지 않는다. 거센 파도를 그대로 안고 그 힘에 몸을 맡겨 나무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소녀는 소년처럼 되어보기로 한다. ‘내일은 알 수 없는 파도’이지만, 오늘의 파도가 일렁이면 나무판을 띄우고 그 일렁임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한다. 그제야 소녀는 알게 된다. 파도에 담긴 놀라운 힘을. 파도를 받아들인 자만이 알 수 있는 세계에 눈을 뜬다.

나의 숨은 파도/ 그 힘으로 나는 살아 숨 쉬는 세계를 만들지/ 나는 바다/ 파도를 품은 바다/ 매 순간 새로운 춤으로 출렁이는 파도를 맞이해.

마음에 파도가 칠 땐 그 파도를 품고 춤을 추자. 파도를 피해 도망가지 말고 오늘의 파도를 타고 내일로 나아가자. 삶의 생기가 출렁이는 바다가 되자. 페이지마다 너울대는 아름다운 수채화가 가만가만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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