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독일의 조세(관세)포탈죄(AO 제370조)에서 정범(正犯)과 공범(共犯)의 구분은 AO 제369조 제2항에 따라 독일형법(StGB)의 총칙규정에 따른다.
독일형법 총칙규정(제25조)은 범죄를 스스로 실행한 자를 ‘단독정범’(unmittelbare Täter), 타인을 통해 범죄를 실행하는 자를 ‘간접정범’(mittelbare Täter), 한명 이상의 타인과 공동으로 범죄를 수행하는 자를 ‘공동정범’(Mittäter)으로 표현한다.
여러 명의 단독정범이 서로 독립적으로 범죄를 실행할 가능성도 있는데, 각 단독정범이 각기 독자적으로 조세(관세)포탈죄를 실행한 결과,
AO 제370조 제1항에서 표현된 결과불법이 각자의 독립된 범행으로 인하여 귀속된다면, 각자는 단독정범(동시범)으로 처벌된다.
동시범(Nebentäter)은 단독정범의 병렬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두명 이상의 범행자 간 범죄실행을 위한 의사의 연락이 없다는 점에서 범행의사를 서로 연락하는 공동정범과 구별된다.
독일형법 총칙규정(제26조·제27조)은 정범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타인이 범죄행위를 하도록 고의로 유도한 자를 교사범(敎唆犯), 타인의 범죄행위를 도운 자를 방조범(幇助犯)으로 기술한다.
정범은 자신의 범죄를 저지르는 자인 반면, 공범은 (단지) 타인의 범죄에 참가(협력)한 자를 말한다.
독일의 학설은 조세포탈행위를 독일형법 제263조의 사기죄처럼 원칙적으로 간접정범의 전형적인 형태로 보고 있는데,
그 논거는 일반적으로 조세상 중요한 거래사실에 대해 허위 또는 불완전한 신고로 인하여 세금을 과소 부과한 선의의 세무공무원이 조세포탈의 결과를 초래하기 위한 도구(Werkzeug)로 이용되며, 이 과정에서 허위신고자가 전체 조세포탈과정을 지배(조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형법상 정범과 범죄참가자의 구분보다 더 중요한 쟁점으로 AO 제71조(조세포탈자와 조세포탈방조자의 책임)에 따른 조세법상 책임문제가 제기된다.
이 규정에 따라 정범과 범죄참가자 모두에게 축소된 세금 또는 부당하게 허용된 조세이득 및 포탈된 세액에 대한 이자의 책임을 지운다.
우리 관세법이 조세포탈사건의 포탈세액에 대한 추징시 정범(납세의무자)에게만 그 책임을 지우는 입법체계에 비추어 독일 조세기본법은 조세포탈행위에 대해 보다 엄벌주의 법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일 재정법원(FG)은 AO 제71조를 적용할 때 고의의 문턱을 형사법원보다 더 낮게 보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AO 제71조에 규정되지 않은 ‘위험책임’(Gefährdungshaftung), 즉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를 보상하는 책임의 근거로 잘못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BFH v. 15.1.2013 - VIII R 22/10).
따라서 세무(자문)사(Steuerberater)나 그의 고용인에게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범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면, 바꾸어 말해서 탈세 여부와 그 정도가 명확하지 않다면 재무관청의 입증책임에 따라 AO 제71조는 부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판례(FG Nürnberg v. 10.12.2002 - II 536/2000)를 본다. 세무(자문)사 S는 자신의 의뢰인 A가 전월에 약 300만 마르크(DM)의 매출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회계장부가 더 이상 적정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사무실을 통하여 이후 몇 달 동안 A의 판매거래세(Umsatzsteuer) 예정신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과세기초자료는 세무(자문)사 S의 사무실 직원에게 전달되었으며, 이 직원은 그 기초자료에 따라 판매거래세 예정신고서를 작성하고 사무소 직인을 찍은 후 A에게 전달했고, A는 그것을 세무서(FA)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제출된 예정신고서상 수치는 허위였다. 매출은 누락되었고, 정당하지 않은 매입세 공제금액이 청구되었다.
독일 뉘른베르크 재정법원(FG Nürnberg)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세무(자문)사가 세무서(FA)에 제출된 세무신고가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 사실을 인지하고, 그 허위신고의 작성 및 제출 시점이 세무(자문)사가 책임을 위임받은 기간에 속한다면, 그는 의뢰인에게 이를 알리고, 조언을 제공하며, 자진신고(Selbstanzeige)를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세무(자문)사는 일반적으로 별도의 위임이 없는 한 자진신고를 직접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자문위임계약에는 이러한 권한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의뢰인이 자진신고를 거부하거나, 세무(자문)사에게 자진신고를 위임하지 않는다면, 직업윤리적 의무로 인해 그 위임계약(자문관계)을 종료해야 한다.”
이 사건의 판결은 세무(자문)사가 의뢰인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하거나 지원하는 경우, 독일 조세형벌법규상 단순한 과실이 아닌 고의의 방조범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세무(자문)사(독일은 우리와 달리 관세분야를 포함하는 자격)는 의뢰인의 조세 관련 불법행위를 인지하였다면 이를 묵과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석사 및 박사과정) 졸업, 법학박사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법무법인 화우 조세그룹(관세팀) 관세·외환·FTA원산지조사 전문
•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관세법 및 HS·관세품목분류 담당 외래교수
• 관세사 국가자격시험 출제(제34·38회)·채점(제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세무TV 『세무컨설팅최고전문가과정』 전임교수
• (현) 『(사)한국 FTA Rules of Origin 연구회』 사무총장
• (현) 『한국 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
• (현)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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