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히 ‘AI(인공지능) 전성시대’다. 지난주 미·중 정상의 방한과 관세 협상 타결이란 특급 이벤트가 잇따랐음에도 그에 못지않게 초미의 관심을 끈 건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동영상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대기업 회장들이 ‘AI 동맹’을 맺은 치맥 회동이었다. 이제 AI는 내 손 안에 머물러 있는 도구를 넘어 글로벌 역학관계마저 좌우하는 존재가 돼버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는 AI 기술
눈치까지 뒤지면 뒷방 신세될 수도
사실 불과 4~5년 전인 2020년대 초만 해도 AI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대세였다. 컴퓨터가 인간이 힘들어하는 복잡한 문제는 잘 풀지만 정작 협력이나 동작 등 인간에게 쉬운 건 어려워한다는 ‘모라벡의 역설’은 정설로 통했다. 인간 최고수를 넘는 바둑 AI를 만드는 것보다 평범한 고객 응대 챗봇을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어렵다는 폴 헤닌저의 진단도 여전히 유효했다. “공장 가동 수단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는 데도 30년이 걸렸다. AI가 인간과 대등한 수준까지 발전하려면 아무리 빨라야 10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에도 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2022년 11월 챗GPT-3.5가 출시되면서 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록 기초 단계지만 인간과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변곡점을 넘어선 AI는 이후 하루가 다르게 진화했다. 하도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전문가들조차 “2~3일만 신경 쓰지 않아도 최신 트렌드를 놓치기 십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니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의 난감함과 낯설음은 오죽하겠는가. 챗GPT와 제미나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간단찮은 일인데 이건 AI 걸음마 단계도 안 된다니.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오늘 쓰는 AI가 가장 뒤떨어진 AI”라는데 따라잡기엔 이미 늦었을까, 이러다 내 직업이 사라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게 비단 특정 세대만의 고민은 아닐 터다.
AI의 남은 과제 중 하나는 최대한 할루시네이션 오류 없이 마치 ‘인간’처럼 실시간 대화하는 수준까지 다다르는 거다. 대화가 생산적·효율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땐 빠지기)’를 잘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런 ‘눈치형 AI’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기술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최근 한 페친의 글이 주목을 모았다. “한국인의 강점이 바로 눈치(nunchi) 아닌가. 서양에선 찾아보기 힘든 개념을 잘 살리면 한국도 충분히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눈치형 AI라니, 대체 AI는 어디까지 진화하려는 것일까.
이처럼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휙휙 변하는데 정작 우리 사회에는 눈치라곤 추호도 찾아볼 수 없는 분야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다. 여론의 지탄이 얼마나 크게 쏟아지는지, 국민이 얼마나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데뽀로 밀어붙이는 개인과 조직을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무풍지대인데, 문제는 한 줌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기엔 미증유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점이다.
철 지난 권위주의 틀에만 안주해 있다가는 조만간 역사의 뒷방으로 밀리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눈치까지 AI에 뒤지는 시대에 눈칫밥 먹는 꼰대가 설 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더 늦기 전에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말고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옆도 돌아보며 최소한의 눈치는 챙기며 살자. 1시간 회의에서 50분 넘게 자기 말만 하는, 눈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아날로그 시대의 꼰대들이 여전히 많기에 하는 소리다. 어쩌면 AI는 지금 인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곧 눈치마저 챙기게 될 거야. 그런데 너희 인간들은 언제쯤에나 눈칫밥 꼰대 신세에서 벗어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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