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가 한국 기업들에 불똥 튀긴 사연은

2025-08-15

중국 공산당 정권엔 몇 가지 이른바 ‘핵심이익’이 있다. 국내적으론 중국 공산당(중공)의 영구적인 집권이다. 안보 측면에선 대만과의 통일 목표, 동아시아에서 주도권 확보, 그리고 신장(新疆)위구르와 시짱(西藏) 지역을 중국 영토로써 확고히 지키는 것이다.

신장 지역에 매장된 10억t 규모의 석유·천연가스 등 지하자원, 광활한 영토, 중국과 중앙아시아 이슬람 세력 간 완충지대 등 그야말로 핵심이익이라 할 만하다. 이 때문에 중공은 지속적으로 위구르족 이슬람 독립 세력을 탄압했고 미국 등 서구 세계는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에 대한 제재로 응답했다. 그리고 그 불똥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튀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장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이 한국 기업의 수출길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일부 국내 언론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충북 진천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일부 태양광 셀이 중국 신장위구르산 폴리실리콘 사용 의혹을 받으며, 6월 중순 이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통관이 전면 중단됐다.

한화솔루션의 셀은 국내에서 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부품 또는 소재 공급망에 중국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세관이 통관을 거부한 것이다. UFLPA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부품이 ‘강제노동’에 연루됐다고 판단되면 기업이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지 않는 한 전량 수입을 금지한다.

2021년 12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발효된 UFLPA는 신장 지역의 모든 생산품을 원칙적으로 강제노동의 산물로 간주한다. 의혹이 제기된 제품은 자동으로 통관 보류되며 기업은 “해당 원료 또는 부품이 신장과 무관하다는 것을 서류로 입증”해야만 미국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화솔루션 태양광 셀 역시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일부라도 공급망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세관은 즉시 통관을 중단했다. 미국 내 한화큐셀 자회사와 고객사들이 발주한 제품이 항구에 묶이며 수출물량 일부가 납품 지연 및 위약금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제조업계는 그간 ‘가격과 효율’의 관점에서 중국을 전략적 공급망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UFLPA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CHIPS법 등 미국의 이른바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 법률’이 속속 통과되며 “중국을 거치면 못 판다”는 사실이 구조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과는 무역에 얽히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보호무역 정책이다.

무역업계는 “이제는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보내는 것 자체보다 그 제품이 어디서 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반응한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UFLPA는 단순히 제재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공급망 보호 조치”라며 강제노동과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정책 목표’로 공식화했다. 이는 대중 경제전쟁의 본질이 수출 억제에서 ‘수입 통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 기업들의 대응력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차례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수출 제조업체는 중국산 부품이나 원재료를 대체할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을 통한 생산은 비용이 낮지만, 미국 수출길은 원천 봉쇄될 수 있는 딜레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품 하나만 중국산이면 수천억 수출 계약이 날아가는 구조가 도래했다”며 “기업들로선 당장 대체 공급망도, 철수도 못 하는 진퇴양난”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통관 이슈가 아니다. ‘중국산=위험자산’이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가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미국이 강제노동·환경·안보를 내세워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이 여전히 ‘중국 의존’을 유지하려 한다면 리스크는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증폭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사태는 신호탄일 뿐이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처럼 값싸고 손쉬운 중국산 부품에 기대어 수출을 이어가려 한다면, 언제든 미국 항구에서 멈춰 설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 지금껏 중국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중간재를 수출하며 국제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의 한 축으로 이윤을 챙겨 왔다. 국제경제 시장에서 중국의 달라진 위상과, 이에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트럼프 체제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신장위구르 이슈는 미·중 무역전쟁이 어떤 식으로 한국에 불똥을 튀길지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