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예산을 올해보다 6조 3000억 원 증액한다. 특히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이재명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 방향이 분양주택보다는 임대주택 위주로 무게 중심이 급격하게 옮겨갈 전망이다. 그 영향으로 수요자의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대출 예산은 축소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에 19만 4000가구의 ‘공적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총 22조 8000억 원의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편성됐던 16조 5000억 원보다 38.2% 늘어난 액수다. 공적주택에는 공공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이 포함된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물량은 올해 공급 목표치이자 역대 최대치인 25만 2000가구보다 적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각종 주택 정책의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용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선 개인 수요자의 주택 구입과 전세를 위한 정책대출 재원이 올해 14조 572억 원에서 내년 10조 3016억 원으로 26.7% 감소한다. 디딤돌(구입용)과 버팀목(전세용) 대출은 이미 6·27 대출 규제를 통해 한도가 줄어든 상태다. 주택도시기금은 그동안 수요자 대출에 과도한 돈을 내줘 가계 부채 문제를 키우고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신 정부는 임대주택 지원 예산을 크게 늘렸다. 주택도시기금의 내년 임대주택 융자와 출자액은 각각 14조 4584억 원, 8조 3274억 원으로 편성돼 올해 대비 증가율이 15.9%, 182.4%에 달한다. 특히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를 위한 융자액이 6조 3788억 원, 출자액이 5조 6382억 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109.5%, 1964.5%나 늘었다.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사업자가 빌라를 사들여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임대 유형으로, LH의 미집행 금액이 내년에 반영돼 예산이 급증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외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지원에 쓰이는 임대주택리츠 출자액도 올해 4500억 원에서 내년 7200억 원으로 60%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공공분양주택을 지을 때 사업자가 받는 분양주택 융자 예산은 올해 1조 4716억 원에서 내년 4270억 원으로 71%나 감소한다. 정부 관계자는 “분양주택 융자를 줄여서 신혼부부, 청년, 고령자 등을 위한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를 더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공급 대책에서 구체적인 공공분양·공공임대 공급 물량과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의 내년 전체 예산은 총 62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간선 교통망 확충에 8조 5000억 원을 투입하고, 항공·철도·도로 등 안전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예산안은 3일 국회에 제출된 후 국회의 예산 심사를 거쳐 하반기에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