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이 낸 구인 광고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호주 동북부 해밀턴섬 관리자 모집 광고였는데 6개월 급여가 무려 15만달러(약 1억9000만원)에 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는 일이 수영장 관리와 물고기에게 먹이 주기, 고래 관찰, 블로그 운영이 전부였다. 전 세계에서 3만4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홍보 효과는 천문학적이었다. 그해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3관왕을 차지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1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채용 공고를 한다.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시장의 주 소비층인 Z세대(10~20대) 인재를 붙잡기 위해서다. 가장 폐쇄적이며, 뭐든 은밀할 것 같은 CIA의 이런 행보가 놀랍다. 사실 CIA는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변화를 꾀한 것은 과거 방식과 관성에 의존해선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혁명,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보수집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연령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초보자 환영, 정규직 보장을 내세우는 구인 광고는 십중팔구 사기다. 텔레그램 내 구인 광고는 강력 범죄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정부가 허위 공고로 유혹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미얀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병력이 부족해지자 18∼25세 남성을 대상으로 군대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소셜미디어(SNS)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운전사, 기계공 등을 뽑는다며 급여와 교육, 숙박 제공 조건을 제시했지만 군 관련 정보는 게시하지 않았다. 모르고 징집된 신병들은 저항세력과의 교전 지역에 투입됐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SNS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비용 절감 업무를 위해 매주 80시간 이상 일할 용의가 있는 초(超)고지능의 혁명가들이 필요하다”는 구인 공고를 올렸다. “보상은 제로(0)”라고도 했다. 그는 과거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삭감하고 발생하는 문제는 나중에 고치는 방식으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키워 산업의 판도를 바꿔놨다. 파격 실험이 공공 부문에서도 효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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