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인선 즉흥적, 비행기서 2시간 만에 법무장관 결정"

2024-11-17

‘맷 게이츠(42) 법무장관ㆍ피트 헤그세스(44) 국방장관ㆍ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 보건복지장관ㆍ털시 개버드(43) 국가정보국장(DNI) 지명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주 워싱턴을 놀라게 한 인선의 주인공이라고 지목한 네 명의 후보자들이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상원 인준 통과 여부는 신경쓰지 않은 채 오직 충성심만 가진 사람들을 뽑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차기 행정부 각료 가운데 상당수가 성추문 등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자질 시비가 확산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정도만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을 뿐 ‘깜짝 발탁’으로 여겨지는 일부는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게 미 주요 언론의 평가다.

“맷 게이츠 상원 인준 가능성 없어”

17세 미성년 성매수 의혹이 제기된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가 대표적이다. 이 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던 그는 미성년자 성관계 장면 목격자가 있고, 목격한 내용을 하원 윤리위에 증언했다는 주장이 최근 새롭게 제기되면서 논란이 재확산되고 있다.

게이츠가 법무장관 지명 직후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나면서 하원 윤리위 조사는 종결된 상태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윤리위 조사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쟁점화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충성파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윤리위에 보고서 비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게이츠 엄호에 나섰다.

NYT에 따르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법무장관 후보자는 미정 상태였다. 그런데 약 2시간의 비행 후 비행기에서 내릴 때 게이츠가 낙점됐다고 한다. NYT는 “인선이 얼마나 즉흥적으로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런 게이츠를 놓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인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낙마론은 점점 힘을 받는 분위기다. 공화당은 이번 상원 선거에서 과반인 53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됐지만, 3명 이상 반기를 들면 상원 인준은 부결된다. 공화당 소속 한 중진 상원의원은 “게이츠를 지지할 상원의원 20명을 찾기가 힘들다. 인준 가결 가능성은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헤그세스, 성폭행 의혹에 극단주의 논란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44) 폭스뉴스 앵커도 2017년 성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비공개로 합의했다. 헤그세스 측은 “잘못은 없지만 조사 사실이 폭로되면 폭스에서 해고될 것을 우려해 돈을 주고 합의했다”고 소명했다.

이와 별개로 각종 글이나 몸 문신 등을 통해 정치적ㆍ종교적 극단주의 신념을 드러내 왔다는 점도 논란이다. 2020년 저서 『미국 십자군』에서 그는 “상상 이상으로 좌파들이 미국 애국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해 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팔에 적힌 라틴어 ‘데우스불트(Deus Vultㆍ하나님의 뜻)라는 문구는 중세 십자군 전쟁을 시작할 때 사용된 구호로 ‘종교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상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 개버드도 자질 시비

보건복지 장관에 지명된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백신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며 백신 반대 활동에 앞장서고, 미국 내 만성질환 증가가 초가공 식품과 환경 독소 등 때문이라며 공중보건과 관련해 각종 음모론을 제기해 온 이력이 논란이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 인준 부결을 요청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비역 중령 출신의 DNI 지명자 개버드 전 하원의원은 정보 관련 업무를 맡아본 적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러시아와 시리아 등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도 논란거리다.

“1기 인사 후회” 트럼프 ‘대담한 인선’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승리 직후만 하더라도 당시 공화당 전국위 의장 라인스 프리버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하며 조각 과정에서 그를 비롯한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경력이나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이 상당수 기용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들의 ‘입바른 소리’로 사사건건 충돌하고 서로 등을 돌리는 상황까지 이어지며 트럼프는 “첫 임기 때 가장 후회되는 것은 인사”라는 말을 측근들에게 하곤 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2기의 속전속결 인선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미국 국민은 압도적 표 차이로 트럼프에게 재선을 안겼고 공약대로 이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트럼프의 인선은 미국을 우선시하는 그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게이츠 지명자 등에 대한 상원 인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트럼프 측은 ‘휴회 임명’ 카드라는 우회 전략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은 상원이 휴회 중일 때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다’는 미 헌법 제2조 2항을 활용하면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다수당 원내대표가 휴회를 결정해야 하며, 이는 어디까지나 공직의 공백을 긴급히 채우기 위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는 점에서 추후 ‘의회 무시’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ㆍ의회의 힘을 빼는 동시에 백악관에 권한을 집중시켜 국정 운영을 주도하려는 트럼프의 ‘독주’는 한동안 이어질 거란 관측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이미 상원의 내각 인준 권한과 의회의 예산 편성 권한을 손질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연방 기관들의 권력 구조를 재편해 백악관의 장악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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