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성남시 성일중학교 국어교사인 김성우(40·사진)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다룬 학교폭력 사건만 100여건이다. 김씨는 지난달 사건 처리 경험을 담아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답하다』라는 책을 냈다. 김씨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처음 겪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모두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폭력 처리 절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사자가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현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3월~2024년 2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 1445건으로 11년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텔레그램에 ‘지인능욕방’을 운영하는 등 신종 학교폭력까지 발생하면서 현장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는 순간부터 어른들 간 싸움으로 비화한다는 점이다.
김씨는 “처음 학교폭력을 접한 학부모들은 절차를 잘 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거칠 경우 무엇을 얻고, 잃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작정 학교폭력 절차에 임했다가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폭위에 들어가기 전 반성문과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던 가해 학생이 막상 학폭위에선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학폭위 처분 중 하나가 반성문인데, 심의 절차에 돌입한 이상 처분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성문을 쓰는 게 가해 학생 입장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체감상 지난 5년간 처리한 학폭 사건 중 단순 오해로 비롯된 경우가 90%일 정도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도입한 학폭전담조사관 제도에 대해선 조사관이 여러 학교를 맡다보니 조사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 사태 해결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아이들 간 오해를 푼 경우를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갈등이 오해에서 비롯된다며 “학생들에게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