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관광 사업을 재개하면서 서방 관광객들의 ‘여행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지만, 바깥 세상의 정보는 제한적이나마 유통되는 모습이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북한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관광객 및 여행사 관계자들의 목격담을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유튜버 마이크 오케네디는 악명 높은 북한 당국의 '관광객 통제'가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관광객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맥주 공장과 학교, 약국 등 철저히 정해진 일정대로만 여행할 수 있었다. 그는 "몇 번인가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미리 알려야 했다"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광 일정에는 학교 방문도 포함돼 있었다. 학교에서는 8세 학생들이 탄도미사일의 목표물 명중 장면을 형상화한 무용을 선보였다. 오케네디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빨간 넥타이를 맨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뒤편의 스크린에서 폭발 장면이 재생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두고 "모두가 일하고 있었고,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며 "암울한 광경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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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은 일정 내내 철저히 감시받았다. 오케네디는 '북한·러시아 우정의 집'을 둘러본 후 방명록에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고 적었는데, 이후 가이드가 다가와 “부적절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편집증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 여행을 다녀온 조 스미스는 과거보다 더 사정이 어려워진 느낌을 받았다. 스미스는 "호텔 방을 제외하면 난방도 되지 않았고 불빛도 희미했다"며 "춥고 어두운 미술관은 오직 우리들을 위해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 했다. 또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거리는 깨끗해 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못했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보도블록은 흔들리고, 건물들은 이상하게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더러운 호텔 방 창문은 전체가 금이 가 있었다.
이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을 받지 못한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이런 것들을 고칠 수 있는 시간이 5년이나 있었다"며 "보이는 것에 민감한 북한이 최선을 다 한 것이 이 정도라면, 바깥의 실상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스미스가 방문한 ‘명품 시장’에서는 청바지와 향수, 가짜 루이비통 핸드백, 일제 세탁기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이곳의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소비 거품'이 나선 경제특구 바깥의 지역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곳에서 마주친 관광 가이드들은 북한 바깥의 세상에 대해 제법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광 가이드들은 외부인들과의 접촉이 잦아 정보에 밝은 편이다. 스미스는 "국민들이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면 강제로 몰아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지만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