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 의장의 14시간 마라톤 조사가 하이브를 구할 수 있을까.
방 의장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와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쯤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방 의장은 “제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오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전했다.
그렇게 청사 안으로 향한 방 의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같은 날 자정을 넘기기 직전인 오후 11시 50분쯤이다. 무려 14시간여의 조사를 마친 방 의장은 부당 이득 취득 등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귀가했다.
방 의장은 지난 2019년 벤처캐피털 등 기존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하이브 임원이 출자·설립한 사모펀드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팔도록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은 SPC와 사전에 매각 차익의 30%를 공유하기로 비공개 계약을 맺어 약 190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정보를 입수해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지난 7월에는 하이브 사옥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 중이다. 더불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관에서도 해당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방 의장은 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금융당국은 방 의장과 하이브 전직 임원 등을 자본시장법 제178조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방 의장은 “상장 당시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며 진행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에 혐의에 대한 고의성 및 투자자 피해 간 인과관계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첫 소환 조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시선이 쏠린다.
방 의장이 앞선 입장과 다름없이 결백을 주장했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14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 과정이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이브는 세계 무대를 흔드는 소속 아티스트를 지닌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로, 그 오너가 투자자를 속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의혹만으로도 전례 없는 위기다.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 뮤직 소속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은 물론 세븐틴,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르세라핌, 아일릿 등 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완전체 ‘군백기’를 지낸 방탄소년단은 내년 상반기 컴백 소식만으로 2년여 만에 하이브 최고치 주가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하이브는 방 의장이 주도한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에 따라 글로벌 기획사로 몸집을 더욱 불려가는 중이다.
게펜 레코드와 합작해 탄생시킨 캣츠아이는 해외 주요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최근에는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하이브는 또 한번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제2의 캣츠아이를 선보일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년 공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최근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오디션 프로를 진행한 데 이어 보이그룹 오디션 또한 진행하며 라틴 음악 시장 공략을 시작했고, 지난 6월에는 방 의장이 직접 주도하는 인도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방 의장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는 가운데, 하이브의 위기가 될 수 있는 이번 고비를 극복하고 다시금 K팝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