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이 자신은 원수에게도 덕을 베풀 수 있는 도량이 있다는 듯이 허세를 부리며 공자에게 “덕으로써 원망에 보답하면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그렇다면 덕에는 무엇으로 보답하겠소?”라고 되물으며 “원망은 곧음으로 갚고, 덕은 덕으로 갚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원망은 ‘분하게 여겨 미워함’을 이르는 말인데, 그러한 원망은 거의 다 상대의 가혹한 언행으로 인해 생긴다. 그러므로 원망이나 원한에 대한 보상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행한 가혹한 언행의 실상을 곧이곧대로 인정하게 하고 반성과 사과를 하도록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곧이곧대로 인정하게 하는 일을 중시하여 “원망은 곧음으로 갚아야 함”을 강조하고, 덕이라야 덕으로 갚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사실마저 왜곡하는 자에 대해 ‘직(直·곧음)’으로 바로잡지 않은 채, 덕(德)으로 보답하는 것은 오히려 악을 조장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일본을 향해 끝까지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사과를 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본의 만행을 곧이곧대로 밝히고 사과를 받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일본에 대해 어설픈 ‘미래지향적 우호’의 손을 내밀 때가 아님을 명심해야 하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