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림 지탱하는 ‘5777억 실익’ 사라지나…농업 조세감면 일몰 ‘위기’

2025-06-12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조합원 2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농축협 법인세 저율과세 등 농촌 주민들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조세특례가 올해말로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당장 3가지 조세특례가 종료되면 매년 농업·농촌에 돌아오던 실익 5777억원이 농촌 경제에서 빠져나간다. 가뜩이나 농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허덕이는 농촌 현실을 감안할 때 조세특례 연장은 물론이고 비과세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농업 관련 조세특례 감축 기조 ‘우려’=농축협과 관련된 이들 조세특례는 열악한 농촌·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특별한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모두 2∼3년 단위로 연장되는 항목들로 올해말 일몰 시한이 도래한다.

실익 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조합원 ‘30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다. 농촌 주민 대다수가 농축협 조합원(준조합원 포함)인 점을 고려해 예적금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제도로 지난해 기준 3038억원의 실익이 농촌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다른 2가지 조세특례도 규모가 작지 않다. 농축협 조합원의 출자금 2000만원까지 배당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특례는 1267억원의 농가소득 개선 효과가 있었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협동조합인 농축협은 일반 법인의 세율(9∼24%)과 달리 9%·12% 2가지 세율을 적용받는다. 지난해 이를 통해 1472억원의 경영개선 효과를 냈다.

하지만 국회와 재정당국 등에는 이들 조세특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25년 조세지출 기본계획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과 함께 비과세 예탁금·출자금 과세특례와 농축협 조세특례 폐지를 권고했다. 지난해 국세감면액이 71조4000억원에 달하고,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준수를 제시하며 비과세·감면 정비 대상으로 분류되는 ‘적극적 관리대상 조세특례 항목’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번 농축협 관련 과세특례도 적극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과거 일몰 도래 시점마다 농축협 관련 조세특례 폐지를 추진했고, 올해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은 당연, 비과세 규모 키워야”=농촌 현장에선 농가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소득과 직결되는 조세특례 폐지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농가소득이 도시가구 소득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해 농업소득이 1000만원대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농가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 김제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농민 정대일씨(43·죽산면 서포리)는 “정부 비료 보조금 축소, 농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농업은 갈수록 ‘가성비’ 떨어지는 산업이 되고 있는데 기존 제도를 없애는 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매달 고정 수익이 나오지 않는 농민들에게는 예탁금 이자소득과 출자금 배당 비과세가 사실상 소득을 보조해주는 수단인데, 연장은 물론이고 이 기회에 비과세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농축협 법인세 특례 종료 역시 농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축협은 매년 수익을 배당 형태로 조합원과 이용자에게 환원한다.

조합원에게는 농축협 사업 이용 실적만큼의 이용고배당과 출자액에 비례한 출자배당을 한다. 지역민인 준조합원들에게도 마트 등의 이용 실적에 따라 이용고배당을 한다. 나머지 수익은 각종 농가 복지사업의 재원이 되는 교육지원 예산으로 편성한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농협의 조합원 실익 및 국민경제 기여도 평가’에 따르면 2020∼2022년 농축협이 조합원 실익에 기여한 금액은 6조29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1인당 302만원 꼴이다.

김영구 충남 당진 우강농협 조합장은 “최근 경기 악화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모두 어려워져 연말 수익이 전년보다 크게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협이 어려워지면 농민도 마찬가지로 힘든 만큼 농축협 관련 조세특례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효 서대구농협 조합장도 “농민 대다수는 농협과 거래를 하는데 조세특례가 폐지되면 농민에게 돌아갈 실익이 바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도시농협들도 수익을 바탕으로 농촌농협을 다방면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례 연장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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