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농사로 버는 돈 적고 불안정…안전망 넓히고 사각지대 줄여야

2025-06-12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농업이 당면한 위기의 중심에는 ‘소득’ 문제가 있다. 농업소득은 30년 넘게 1000만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으며, 최근에는 변동성까지 심화되고 있다. 농가의 채산성을 보여주는 교역조건지수 역시 3년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낮고 불안정한 소득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957만6000원으로 다시 1000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최근 5년간 등락폭은 -26.8∼17.5%로 흐름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농가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농가교역조건지수도 2022년부터 3년째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는 100 이상이면 채산성 호전을, 100 이하면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남는 쌀 시장격리), ‘농산물 가격안정제와 농업수입안정보험’을 중심으로 소득 안전망 확충 논의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소모적 논쟁을 반복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실효성 있는 농가소득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전문가들은 다양해지는 농가 형태와 규모화 흐름에 맞춰 ‘다층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재해복구 대책이나 가격안정제는 소농에게는 유용할지라도, 규모화한 전문농의 수익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최근 벼멸구·도열병 등이 늘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보장되지 않거나 특약을 가입해야 하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와 현행 수입안정보험을 병행해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기능과 구조를 정밀하게 조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보험은 농가가 자율적으로 가입해 보장 수준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혜 한도가 없는 반면, 가격안정제는 기준가격 등을 바탕으로 수혜 자격과 한도가 정해지는 전혀 다른 제도”라면서 “품목 쏠림 같은 문제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농가소득을 완충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2024년 2인 이상 농가의 연간 소득은 5059만7000원으로, 월평균 421만6000원 수준이다. 같은 해 4분기 기준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09만3331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직불제가 농가소득의 하방을 지지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계류하는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에 대한 조속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과정에서 직불제 단가 조정과 제도의 방향성 재정립도 과제로 언급된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농업 구조조정과 연계해 현행 직불금 단가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로 전환할 당시, 쌀 중심 농가 구조를 개편하자는 목적이 있었는데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용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직불금이 전체 공익직불 예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선택직불 확대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농업으로 소득을 높이려면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비·유통비 등 지출은 줄이는 전략이 필수다. 이에 투입비용 부담 완화 대책과 함께 중·소 농가를 스마트농업으로 끌어들이는 일에 정부와 농협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차별적 농정공약으로 꼽히는 ‘농촌기본소득’과 ‘햇빛연금’도 소득 하방을 완충하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실효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2022년부터 연천군 청산면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 2년차인 2023년과 2024년 모두 인구가 감소하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절대인구 감소 국면에서 농촌기본소득의 효과를 인구 유입 여부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제도는 과소화된 농촌에 남아 살아가는 주민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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