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핵연료 잔해 반출 지지부진
본격적 작업은 2037년 이후에나 시작될 전망
“후속 공정 안 보여”···전망 자체 못하는 상황
주민들에 ‘40년 뒤 귀환’ 약속한 정부 눈치도

880톤(t) 대 0.9그램(g). 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내부에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핵연료 잔해(데브리)의 규모이고, 후자는 그 중 현재까지 회수한 양이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위한 반출 작업을 당초 2030년대 초 시작하겠다고 했으나, 예상보다 늦어져 2037년 이후에나 개시될 전망이라고 지난달 말 밝혔다. 그럼에도 2051년까지 원전 폐로(원전 폐기)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는 조정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중장기 로드맵을 확실히 지키는 것이 우리 책무이기 때문에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조사를 통해 생각해 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거대 해일의 영향으로 전원이 물에 잠겨 망가지면서 핵연료를 담은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 현상이 발생했다. 녹아내린 핵연료 파편들은 현재 주변 구조물에 묻고 뒤엉킨 채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다. 원전을 폐기하려면 이같은 핵연료 잔해부터 제거해야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기사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왜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는 (폐로) 계획에 집착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2051년 폐로는 의지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게 원자력 손해배상·폐로 지원기구(NDF) 등의 입장이다. 일본 원자력학회는 2020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폐로가 완료되고 부지 활용이 가능하기까지 적게는 100년, 길게는 30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 관련 부처 간부도 “2051년에 끝난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마이니치는 도쿄전력이 폐로 목표 시점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현재로선 후속 공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오노 아키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추진 최고 책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기술적으로 얼마나 늦어질지 전망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폐로 목표치를 재검토해야하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0.9그램 반출에 그친 것은 시험 차원의 작업이 띄엄띄엄 이어졌기 때문이다. 향후 작업이 본격화되면 반출 속도가 급증할 수도 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1회 회수량이 20~50킬로그램(kg)으로 전망된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한 바 있다. 그래도 소요되는 기간이 68년~170년이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에 물을 뿌리며 제거하는 ‘기중 공법’과 잔해를 콘크리트 충전재로 굳히는 ‘충전 고체화 공법’을 결합해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폐로 로드맵을 제시한 주체가 일본 정부라는 문제도 있다. 도쿄전력이 일정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고위 관계자들이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2051년 원전 폐기를 공언하고 지역 부흥을 약속한 바 있어 유연하게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 3월 열린 동일본 대지진 14주년 추도식에서 “안전하고 착실한 폐로”를 말해 시기 조정 뜻은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 원자력학회 관계자는 “목표에 명확한 기술적 근거는 없었다. 귀환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국가가 ‘사고 후 40년이 지나면 귀환할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폐로 목표 시점을 연기할 경우 폐로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격히 늘어 경영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회사 차원 시각도 있다. 마이니치는 도쿄전력이 원전 폐기 비용으로 애초 약 2조엔(약 18조7700억원)을 예상했으나 지금은 약 8조엔(약 75조1100억원)으로 늘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달 말 도쿄전력홀딩스는 핵연료 잔해 반출 비용 일부를 반영한 결과 올해 4~6월 8576억엔(약 8조원) 적자로, 해당 분기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원자력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스즈키 다쓰지로 나가사키대 객원교수는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명확한데 (원전 폐기 시점) 목표에 구애되면 오히려 신뢰를 잃을 것”이라면서 “2051년 폐기는 어디까지나 목표일 뿐이며, 주민 이해를 얻은 뒤 진척 상황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폐기 시점은 불확실한 가운데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 방류는 계속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달 7일 오염수 14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오염수) 해양 방출은 (현재까지) 합계 10만톤 이상이지만, 시설 내에는 (그보다 적은) 5만톤 줄었다”고 전하면서 “매일 시설 내에서 오염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호기 원자로 건물에 빗물, 지하수가 유입돼 잔해와 접촉하면 오염수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일본 내 원전 신설 방침이 지난달 공개되기도 했다. 간사이전력은 혼슈 중서부 후쿠이현에 위치한 미하마 원전 부지 내에 차세대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지질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