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t이다. 사고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2023년 8월부터 바다에 방류한 방사성 오염수 양이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40개를 채울 만큼 막대하다.
매우 많은 양이지만, 진짜 문제는 방류를 기다리는 오염수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이달 기준 127만t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가 매일 새로 생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류는 2050년대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 생태계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오염수에 포함된 주요 방사성 물질은 ‘삼중수소’다. 오염수가 바다로 나가기 전에 자신들이 다량의 물을 섞어 삼중수소를 희석하고, 방류 뒤에는 넓고 깊은 태평양이 다시 뒤섞는데 걱정할 것이 뭐가 있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대로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다. 그런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데 정말 마음을 놓아도 될까.
그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정상 작동하지 않는 원전에서 나오는 저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수십년간 바다에 버리는 일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약한 방사선에 장기 노출된 해양 생태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검증한 과거 연구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가 당장 문제를 만들지 않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 부담이다. 세계 주요 국가인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는 오염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발신하고 싶은 일본의 의도에 배치된다. 지난 11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도 조현 외교부 장관과 한국에서 만나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국 정상 간에 과거사와 경제·안보 협력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 또는 대폭 완화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양 정상 간에 형성된다면 이는 일본으로서 매우 중요한 외교적 성과다.
하지만 한국이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이 지금보다 저장 탱크를 더 지어서 바다에 버리는 오염수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방류를 중단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작다. 일본은 ‘해양 방류’가 가장 합리적인 오염수 대응책이라는 결론을 2023년 방류 직전 이미 확고한 정부 입장으로 정리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요소가 엄존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응할 방어적 조치인 수산물 수입 금지를 한국이 선제적으로 걷어낼 이유는 전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6조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국가와 국민에 관한 헌법적 가치가 주목받는 요즘, 이재명 정부는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요구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