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아이콘 지렁이의 두 얼굴

2025-09-02

흙의 숨

유경수 지음·김영사·2만2000원

토양학 교수인 저자는 한국 진도, 미국 오대호 연안·알래스카, 인도 나갈랜드, 스웨덴 파디엘란타 등 전 세계를 돌며 흙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했다.

책에서 오대호 연안과 알래스카, 파디엘란타의 토양이 황량하게 변한 이유를 밝혀가는 과정은 추리물에 가깝다. 저자와 동료들은 토양을 바꾼 범인이 ‘지렁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1만 년 전까지 두꺼운 빙하로 덮인 까닭에 이들 지역은 최근까지 지렁이 없는 생태계로 진화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유입된 유럽·아시아 쪽 지렁이가 유기물을 빠르게 분해하기 시작했고, 과다하게 쏟아져 나온 영양분이 지하수와 개천에 씻겨 나가면서 황량하게 변했다는 설명이다. 오대호 지역 원주민 언어를 연구한 학자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돼요. 원주민 말에 지렁이를 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이 늘 의아했어요.”

한국, 중국, 일본 등 온대 지역은 흙에 질소가 부족하다 보니 농경지에 똥을 뿌렸다. 열대 지역은 빠른 풍화 작용으로 무기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숲에 불을 지르는 화전으로 무기물을 추가했다. 흙과 인간은 이렇게 상호작용하지만 이런 농법은 이제 후진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저자는 녹색혁명 이전의 농사를 흙과 농부의 노동이 만든 단층집으로, 이후의 농사를 외부 투입물로 만든 4층집으로 표현하며 이렇게 말한다. “기후변화, 악화하는 지구 생태계, 변화하는 식량 수요에 맞서 이 집이 무너질 조짐은 없는지 물어볼 때가 됐다. (중략)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계속해서 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층을 찾아가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아래층에는 마법과도 같은 오래된 기술이 새로운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강은지 옮김·아날로그·2만2000원

책은 홉스, 토크빌, 마르크스, 베버, 하이에크, 아렌트, 파농, 후쿠야마 등 정치사상가 12명의 이론을 하나씩 탐구한다. 서로 맞물리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는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이 당시에는 어떤 의미였는지,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되짚어본다.

멈추지 못하는 학교

정용주 지음·교육공동체벗·2만8000원

저자는 학교 교육이 “미래 성취를 증명하기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 공명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을 증명하는 데만 힘을 쏟는다. 저자는 “교육을 살아 있는 감정과 관계의 리듬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김정인 외 지음·사이드웨이·2만원

저자들은 12·3 불법 계엄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고, 그래서 계엄을 낳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균열과 맹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엘리트와 시민의 간극, 권위주의의 회귀, 구조적 불평등, 극우의 일상화 등 내란을 가능케 한 구조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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