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시작한다
변우민·변지원 지음
지식의날개
한때는 '바보상자’로 통했지만, 기실 TV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은 ‘땡전뉴스’를 선전도구로 삼았다. 2006년엔 ‘TV안보기 시민운동’까지 있었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TV의 존재감이 재평가받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K대중문화의 원천이 바로 TV. 한국처럼 TV를 잘 활용한 곳도 없다. 1983년 전 국민을 울린 KBS ‘이산가족찾기’는 역사상 최장시간 생방송을 기록했다. 방송대학TV도 영국에 오픈 유니버시티가 생긴 바로 다음 해 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탄생했다. 20세기 댄스가수들이 AFKN을 교과서 삼았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에 처음 생산된 50대 TV중 한 대를 소유했던 집에서 자란 배우 변우민과 방송대 교수인 동생이 함께 쓴 텔레비전 연가. 오후 6시 무지개빛 조정 화면을 바라보며 방송 개시를 기다렸고, 아침마다 신문의 TV 편성표를 훑었던 시대가 아련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인류를 감시하는 텔레비전을 상상했지만,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그런 공포를 일축하고 TV 위에 새 예술을 펼쳤다. 하긴 코로나 시국에 가족들을 단결시킨 것도 한 트로트 방송이었으니, K와 TV의 시너지가 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