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프로모션' 도마에
공정 경쟁 저해 … 매출 과대계상 시비
넷마블 'RF 온라인:넥스트', 엔씨 '리니지 2M', 카카오게임즈 '오딘' 등
분기 광고선전비 수백억 증가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넷마블 신작,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 카카오게임즈 '오딘' 등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방송인에게 게임 내 재화를 소비하게 하는 방식의 광고(BJ 프로모션)으로 회계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억대 광고비를 지급받은 방송인이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해 발생한 매출은 앱 마켓 순위에 영향을 줘서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이렇게 증가한 매출은 회계상 ‘매출 과대계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디지털포스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넷마블 ‘RF 온라인: 넥스트’, 엔씨소프트 ‘리니지 2M’, ‘리니지 W’,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는 방송인에게 광고비를 지급하고 방송인으로 하여금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하도록 하는 ‘BJ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광고비로 게임 아이템 구매하는 'BJ 프로모션'
게임 내 공정한 경쟁 저해
‘BJ 프로모션’은 게임사 측이 방송인에게 수천만 원·억대 규모의 광고비를 지급하고, 해당 방송인이 이 돈으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대량 구매하도록 해서 방식의 마케팅이다. 게임 내 결제가 활발한 '인기 게임'이라는 인식을 주는 한편 게임 이용자 간 경쟁심리를 부추겨 게임 내 재화 구매를 유도한다.
‘BJ 프로모션’은 특히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현금성 재화를 구매해야 하는 ‘페이 투 윈(Pay-to-Win)’ 구조 게임에서 사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게임사의 지원을 받는 방송인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광고 비용을 다시 게임 내 매출으로 환수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인에게 사실 상 제한 없는 ‘게임 내 아이템 구매 지원’이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일반 게임 이용자들은 불공정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심지어 게임 이용자가 ‘BJ 프로모션’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 경쟁심리를 자극당한 이용자는 게임사의 지원을 받는 방송인과 경쟁하고 게임 내 랭킹 등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깜깜이 BJ 프로모션'은 잘못된 정보로 게임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는, 일종의 소비자 기만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리니지라이크 게임 개발사들이 잇달아 ‘BJ 프로모션 없는 게임’을 선언하거나, 방송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스트리머 서버’를 별도로 명시하는 것도 사용자들의 원성과 무관하지 않다.
광고비가 일반 소비자 결제처럼 보이는 구조
앱 마켓 순위 영향 주고 회계상 매출 부풀려
그러나 ‘BJ 프로모션’의 더 큰 문제는 방송인이 지급받은 광고비로 집행된 금액이 그대로 매출액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회사의 광고선전비가 마치 일반 유저 매출처럼 인식된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마켓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주식투자자 등에게 실제보다 높은 매출 실적으로 외부에 인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BJ 프로모션’은 방송인이 지급받은 광고비를 앱스토어 등을 통해 직접 소모하기 때문에 형식상으론 일반 사용자 매출로 집계된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다운로드 수와 더불어 일정 기간 내 결제액을 기준으로 매출 순위를 매긴다. 방송인 계정에서의 대규모 결제 행위가 반복되면, 마치 자연 유입과 과금이 활발한 것처럼 인식되어 앱 마켓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부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일종의 '순위 세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는 일반 사용자에 의한 정상 매출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실질 우선 원칙’에 따르면, 이는 광고비가 마치 외부 소비자 결제처럼 보이는 순환 구조로, 일종의 ‘자기거래’를 통해 매출이 부풀려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회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가만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으나, 광고비를 지급받은 방송인은 구매 고객이 아니라 마케팅 파트너에 해당한다.
회계 전문가 A씨는 “방송인이 결제한 금액을 매출에서 제외하지 않고 그대로 반영하고, 그 결과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 회계상 매출 과대계상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BJ 프로모션 기간동안 분기 광고선전비 수백억 대 증가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2M’, ‘리니지 W’에 ‘BJ 프로모션’을 집행한 2021년, 회사는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경’ 공시를 통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247억원에서 -54.5% 감소한 3,752억원으로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손익구조 변동 주요원인은 “인건비 마케팅비 등의 비용 상승”이라고 적혔다.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동’은 회사의 재무 상태가 크게 달라졌을 때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행되는 공시다.

또 엔씨소프트가 ‘BJ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2021년 4분기 광고선전비는 1,286억원(단독 기준)으로, 직전 분기인 3분기 581억원 대비 221% 증가했다. 한편 2022년도 1분기에는 다시 광고선전비가 478억원으로, 즉 종전 규모로 감소했다.
전년도인 2020년도 한 해 광고선전비 총액이 1,190억원이므로, 2021년 4분기에만 이전 해 총액을 넘는 광고선전비(1,286억원)를 사용한 셈이다.
만약 방송인에게 지급된 광고비가 2021년 4분기에 급격하게 증가한 광고선전비(1,286억원)에 포함됐고, 그 비용이 게임을 통해 환류돼 다시 매출 수치로 연결됐다면, 이는 회계상 ‘매출 과대계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6월 출시 초기에 ‘BJ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3분기 카카오게임즈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364억원(연결 기준)으로, 이는 전기 143억원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년 동기 14억원에 비해서는 2600% 가량의 증가한 수치다. 한편 ‘BJ 프로모션’이 잦아든 것으로 알려진 2022년 1분기에는 광고선전비가 148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물론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가 방송인에게 광고 계약을 체결하며 ‘게임 내 재화 구매’를 명시했을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선 1주 단위의 짧은 광고 계약을 진행하며, 해당 기간 내에 지급된 비용 게임 내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다음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식으로 방송인의 행동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계에서는 ‘경제적 실질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회계 처리를 할 때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외형보다는 그 거래가 갖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인식하고 보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BJ 프로모션’의 경우, 설령 게임회사가 계약에 ‘게임 내 재화 구매’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게임사가 지급한 광고비’와 ‘방송인이 게임 해당 게임 내에서 사용한 비용’의 규모가 동일·유사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BJ 프로모션’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일종의 ‘자기 거래’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포스트가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를 대상으로 ‘BJ 프로모션’ 광고선전비가 회계상 매출에 포함되었는지 문의한 결과, 양사는 각각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과거 리니지W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면서도, “인게임 내 재화를 소비하도록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리니지라이크)장르 특성 상 마케팅으로 BJ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프로모션 BJ를 이제 안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과 관련되어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출시된 넷마블 신작 ‘RF 온라인:넥스트’의 경우, ‘BJ 프로모션’ 방송인이 참여하는 ‘스트리머 참여 서버’를 서버명을 통해 구분하고 있다.

이는 알리지 않은 BJ 프로모션에 대한 게임 이용자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의 사례를 봤을 때, ‘RF 온라인:넥스트’도 BJ 프로모션의 규모가 크다면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넷마블에 따르면 ‘RF 온라인:넥스트’는 출시 6일만에 양대마켓(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를 달성했으며, 일주일 이상 구글 플레이스토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BJ 프로모션 논란’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들과 법정공방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리니지2M 이용자 339명은 2022년 엔씨가 일부 유튜버·BJ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이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유도·조장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용자들은 엔씨와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인터넷 방송인들이 받은 광고비를 게임에 재투자해 최고급 장비를 손쉽게 획득했고, 이 과정에서 여타 유저의 경쟁심을 부추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은 엔씨소프트 측의 승소로 끝났지만, 양측이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2심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BJ 프로모션’ 논란은 단순히 윤리적 문제를 넘어 회계 투명성, 투자자 보호, 공정한 게임 환경, 모바일 앱 마켓의 질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이용자 안팎에서는 게임사가 방송인 전용 계정을 별도로 구분하고, 해당 계정의 결제 내역을 게임 이용자 및 투자자에게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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