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사나운 건’
봄바람이 어찌 그리 변죽이 끓는지
질투와 시샘에 눈이 멀어 그렇다고
살얼음 핀 눈총을 받고
마른 추위 견디며 고대한 봄이다.
전령의 말을 빌리자면
‘겨울잠에 푹 빠진 오색빛 깨우려고
서두르다 그랬다’지 뭐야
깨워놓은 봄까치꽃, 광대나물꽃
생강꽃, 산수유꽃, 수선화까지
배가 고파 춘풍을 잘라먹었다네
겨우내 텅 빈속을 달래며
웅크린 몸속 흐르고 흘러
화들짝 깨우는 낮은 물소리
무거운 잠 떨치라는 시끄러운 쉰 소리로
엉겨 붙은 겨울을 쫓으려다 그만,
심장을 붙들고 눈물 글썽이며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쓰라려
순한 봄바람이 그리 사나워졌다나 봐
*김정임 시인의 시집 ‘숭어, 그 비릿한’에서

김정임 <시인,정읍내장문학지 편집위원>
<해설>
이 시는 일견 봄의 변덕을 나무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 봄만이 지닌 생성(生成)의 힘을 칭송한다.
오만방정을 떠는 듯한 봄의 부산스러움 덕분에 모든 화초들이 그 ‘춘풍을 잘라먹’고(3연) 각양각색의 오색찬란한 꽃들을 피운다.
가히 ‘살얼음 핀 눈총을 받고 / 마른 추위 견디며 고대’(1연)할 만한 보람이 있다.
‘사나운’ 봄바람으로 인한 상처는 신생을 위해 감수해야할 통과의례의 고충에 불과하다. 그 모든 현상이 자연의 이법(理法)인 것이다.
정휘립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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