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치과진료 관점 변화: 하이-테크, 하이-터치, 하이-케어

2025-07-16

치과의사 된 지 38년이다. 공보의와 전공의, 대학병원과 네트워크 치과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다양한 학술 및 정책 활동도 해 왔다. 그 사이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서 치료하는 내원 환자의 거의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해 왔던 치과진료를 반추(反芻)해 보았다. 과연 최상 아니면 최적의 진료를 해 왔던가 반문(反問)하게 된다. ‘부족함 그 자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치과진료에 있어서 다양한 한계를 가진 수혜자(노인) 관점이 아니라 공여자(치과의사) 관점으로 진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론에서는 치과진료를 수혜자 관점으로 정리하면서 이후 노인 진료를 위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자 한다.

수혜자 관점의 최소 침습적 진료(High-Tech)

최근 5년간 총 의료분쟁 조정 신청 1만 672건 중에 치과는 1222건이었다. 정형외과, 내과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이 중 258건이 치과 임플란트와 관련되어 있었다(2024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이는 평생 2개 임플란트의 보험 보장과 함께 그들의 우울, 불면, 인지 저하, 인격 장애는 물론 경제적 이유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특히 노인에서는 현재의 턱-얼굴과 구강 및 치아 등의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얻는 최소 침습적 진료가 중요하다. 아직 사회생활 중이거나 힘든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중등도의 전신질환을 가진 노인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일례로 심한 치조골 흡수를 보이는 아래턱 구치부에 아무런 시술 없이 전치부에 간단히 미니 임플란트를 심고 상부 틀니의 가장자리를 최대한 짧게 한 틀니를 장착하면 안정적인 지지와 유지를 통해 잘 씹고 잘 삼킬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예로는 심한 치조골 흡수를 보이는 상하악 구치부에 상악동 점막의 천공과 하치조신경의 손상을 피하면서 장기간 검증된 인공 뼈이식과 함께 짧은 임플란트를 심어 임플란트 보철을 해주는 최소 침습적 방법이다. 노인에서 임플란트 식립은 최소한의 피판 형성과 함께 드릴의 속도(speed)보다는 토오크(torque)를 올려 고속의 핸드피스 소리 없이, 목구멍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세척(irrigation) 없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가능하면 발치 후 1개월이 지나 잇몸이 완전히 치유되었을 때 임플란트를 심는 것을 추천한다. 발치 부위에 임플란트를 심고 피판을 형성하여 덮거나 구강 결체조직이식을 하면 출혈과 부종은 물론 치유가 늦어지면서 치료 협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부가적 처치 없이 인공 차폐막이나 자가혈에서 얻은 ‘혈소판 풍부 피브린’으로 차폐막 역할을 하게 한다. 어떤 노인들은 잇몸뼈에 임플란트 심는 것을 큰 수술로 간주해 시술 전부터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이전 치과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트레스 감소 프로토콜로 두려움과 불안을 줄이면서 그래도 안되면 의식하진정마취를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치과의사도 파악하기 어려운 호흡억제에 따른 동맥혈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인격의학 관점의 감성적 응대와 상담(High-Touch)

치과치료는 생리적으로 두려움을 주기에 첫 만남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충분한 시간 배정과 노인 친화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들의 과거력, 성격과 감정, 생활 양식 등을 조목조목 살핀 후 치료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반적인 치료과정과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2024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서 치과 의료분쟁 중 합의에 의한 조정성립 6건이 임플란트 진료와 관계가 있었다. 여기서 의료과실로 일부 인정된 것이 ‘설명 의무 위반’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호자 동반없이 그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명 부족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고주파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청력 저하,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달되는 비언어적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시력 저하, 부정확한 발음과 작은 목소리 톤의 성대 근육 위축을 보인다. 또 대화의 흐름이나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인지 저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수용도 감소, 대인 관계 회피와 사회적 관계 단절, 다르게 살아온 시대와 생활 방식, 관심사, 정보 격차, 미디어 활용 부족 등 사회문화적 차이도 있다.

더불어 우울과 불면 등 정신건강 문제와 드물지만 인격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특별히 인격 장애 측면에서 계획적인 치료과정이 중요한 강박적인 성향, 즉각적인 피드백이 중요한 충동적인 성향, 진료의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편집증 성향, 다중 인격의 행동을 보이는 해리성 성향 등 다양한 인격장애 양상에 따른 설명의 시기와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떤 치료에 앞서 각 노인의 성격, 가치관, 행동 패턴 등 그들의 특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인격의학적 응대와 상담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럴 때 비로소 높은 라포(rapport) 형성과 함께 치료의 전체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맞춤형 치료계획대로 진행되어 치료 만족도 향상과 의료분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격의학 창시자 ‘폴 투르니에’의 “병을 치료하기 전에 인격적인 응대와 상담을 우선하라”는 내용이 더 마음 깊이 새겨지는 시대이다.

생활양식 관점의 구강돌봄-완화진료(High-Care)

치과의료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이어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요양시설 계약의사제도에 이어 방문치과진료와 방문구강관리가 명문화된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요양노인 사망률 1순위 질환인 흡인성 폐염의 주요 원인균이 황색포도상구균, 그람음성간균 등으로 구강의 위생불량과 기능저하에 따라 증식되는 세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구강세균이 흡인성 폐염의 원인균으로 진행되는 데는 3주 정도 걸린다. 이것이 요양시설에서 최소 2주에 1회 구강관리로 흡인성 폐염을 예방하고자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제 초고령사회에서 치과는 단순히 구강질병 치료를 넘어 요양시설, 요양병원, 재가 등 의료취약계층 노인들의 노후 생활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연명과 존엄사 등 사회적 역할의 생활양식(life style) 진료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작년 12월에는 장기요양기관 평가기준에 구강관리 항목이 포함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한 분기점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요양병원 입원자 60만여 명, 요양시설 입소자 30만여 명, 거동불편 재가요양수혜자 150만여 명, 장기입원 중환자, 거동불편 장애인 등 총 300만 명의 구강이 방치되고 있다.

참고로 2000년대 초반 방문치과진료가 도입된 일본에서는 현재 치과의원의 약 21%가 참여하고 있다(1만 4000개/총 6만 6843개). 요양시설의 치과진료는 매주 2회, 구강위생관리는 치과의사 지시에 의해 주 1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요양노인에서 방문치과진료를 그들의 삶의 질은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간병의 필수적인 항목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참에 국내에서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주 4.5일제에 맞추어 내년부터 주 혹은 격주 1회로 하루 혹은 반나절 방문진료를 하고, 간병인이나 가족에게는 다음의 증상을 치과 간병이 필요한 항목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다발성 충치, 입 냄새, 잇몸 출혈, 다수 치아 상실, 쉽게 빠지거나 거무스레한 틀니, 음용 시 자주 막히는 숨, 줄어든 식사량, 빈번한 열, 쉽게 걸리고 잘 낫지 않는 감기, 잘 나오지 않는 말과 줄어든 말수, 무표정하고 내향적인 모습, 치매, 당뇨, 마비 등 운동장애 등.

이제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치과진료는 수혜자 관점의 최소 침습적 진료, 인격의학 관점의 감성적 응대와 상담 및 생활양식 관점의 구강돌봄-완화진료로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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